조선 불황 지속…철강은 반등 성공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올해 우리나라 재계에서는 업종별로 빛과 그늘이 뚜렷하게 대비됐다.
호황 흐름세를 탄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최고 실적을 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도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유통, 관광은 휘청거렸다. 조선도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세탁기, 태양광, 철강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강화 바람에 시달렸다.
◇ 호랑이 등에 날개 '훨훨'…반도체·유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 대표 산업 반도체가 '슈퍼 호황'이라는 호재를 만났다.
반도체는 전 세계적인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올라타면서 간판 수출품의 위상을 더 단단히 했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작년 하반기 시작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 호황이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수출의 16.1%를 반도체가 차지하며 '반도체 코리아'는 지속됐다. 13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승승장구했다.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매출액 53조1천500억원, 영업이익 24조3천억원을, SK하이닉스는 매출액 21조820억원, 영업이익 9조2천560억원을 벌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에 민감한 정유·화학도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국내 정유·화학업계에서 처음으로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연 SK이노베이션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에 9천6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2.2%나 증가했다. 유화 업계에서 비수기로 통하는 3분기에 '깜짝' 실적을 올린 것이다.
화학, 윤활유 사업 등 비정유 분야에 투자한 성과도 속속 나오는 분위기다.
에쓰오일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76.1% 증가한 5천5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시 어닝서프라이즈에 가까울 정도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업계 '맏형' 포스코는 올해 1분기와 3분기 두 차례나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조금씩 해소된 데다 신흥국에서 수요 증가세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모기업 현대·기아차가 고전하면서 덩달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년에 걸쳐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동국제강은 10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정상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며 선전했지만 LG전자는 10분기째 적자 수렁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LG전자는 TV와 생활가전에서 8∼9%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스마트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약진이 계속됐다. LCC들은 작년과 비교해 2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도 고군분투하며 나름의 실적을 냈다. 하지만 LCC의 높은 성장세와 비교하면 빛이 바랬다.
◇ 사드 보복에 보호무역까지…자동차·관광·유통·태양광 고전
자동차 산업은 올해 거의 '역대급' 위기를 겪었다.
사드 영향과 경쟁력 약화로 수출뿐 아니라 내수까지 뒷걸음질한 데다, 연중행사로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파업이 이어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반토막' 사태였다.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드 갈등에 따른 반한(反韓) 기류가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 56.6%, 54.6% 급감했다.
하반기 들어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지만, 올해 들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중국 누적 판매량(70만2천17대)은 지난해 동기(120만2천688대)보다 여전히 41.6%나 적은 상태다.
더구나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미국 누적 판매량(96만9천670대)도 작년 같은 기간(107만9천452대)보다 10.2% 줄었기 때문에 단지 사드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의 글로벌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단협 과정의 노사 갈등으로 크고 작은 부분 파업도 이어졌다.
한국GM의 경우 '본사 GM 철수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조선 산업도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업황 부진에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2016년 이후 11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하던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다시 고비를 맞았다.
올해 수주가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지만, 작년에 수주가 너무 저조했기 때문에 '일감 절벽' 우려가 현실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월 울산 본사 조선소 5도크, 7월 군산조선소 도크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중공업도 7월 거제조선소의 2개 도크를 멈췄다.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7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고백'하며, 내년 5월까지 1조5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유통·관광업계도 사드 보복으로 고전했다.
얼어붙은 내수 경기 탓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유통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끊기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중국인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 업계가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매출이 약 30% 급감하며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지난 2분기에 298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면세점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중국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된 롯데그룹은 결국 중국 롯데마트 점포를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관광업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전담 여행사는 대부분 휴·폐업 상태였으며, 중국 단체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하던 명동 등의 호텔들도 투숙객이 30% 이상 줄었다.
올해 3~10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238만2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4만7천 명)보다 356만5천 명(60.1%) 줄었다.
한편, 세탁기, 철강, 태양광 등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반덤핑 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우려 등으로 시달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발표한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대한 결정을 내년 2월께 내릴 전망이다. 권고안은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안 등을 담고 있다.
ITC는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도 마치고 지난달 관련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철강의 경우 미국이 한국산에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잇따라 부과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수입산 철강 조사는 발표가 잠정 보류된 상태지만 언제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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