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야권, 쿠친스키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도덕적으로 무능"

입력 2017-12-16 04:33  

페루 야권, 쿠친스키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도덕적으로 무능"
야권, 의회 다수 차지해 가결 가능성…국회의장 "이르면 일주일 내 결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페루 야권이 부패 스캔들을 이유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개시했다고 카날 N 방송 등 현지언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의회는 이날 특별 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130명 중 야당인 민중권력당 등 3개 정당 소속 의원 27명의 찬성으로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했다.
페루 야권이 전날 쿠친스키 대통령이 24시간 내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절차를 개시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쿠친스키 대통령의 '도덕적 무능'을 사유로 내세웠다.
향후 절차를 보면 재적 130명 중 52명이 찬성할 경우 쿠친스키 대통령은 의회로 소환돼 해명해야 한다.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87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쿠친스키 대통령과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다가 석패한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민중권력당 등 야권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루이스 갈라레타 국회의장은 "쿠친스키 대통령이 이르면 일주일 내로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한 것은 중남미 전체를 뒤흔든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의 권력형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쿠친스키가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 웨스트필드 캐피털이 2004∼2007년 오데브레시가 이끄는 컨소시엄으로부터 78만2천 달러(약 8억5천만 원)를 받은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이 기간 쿠친스키는 페루 재무장관을 지냈으며, 오데브레시는 페루의 주요 고속도로 공사 계약을 따냈다.
그러나 쿠친스키 대통령은 야당의 압박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간주하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밤 TV 연설에서 웨스트필드 캐피털이 오데브레시로부터 돈을 받았을 때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나는 달아나거나 숨지 않겠다. 명예를 지키고 정적들에게 쫓겨나지 않겠다"고 맞섰다.
브라질 대형 건설사인 오데브레시는 해외 건설사업 수주를 위해 중남미 각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뿌렸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본국인 브라질뿐 아니라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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