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가구점도, 참치집도 "비트코인 받아요"

입력 2017-12-17 06:45  

비트코인 '열풍'…가구점도, 참치집도 "비트코인 받아요"
"화폐가치 있다 판단"…비트코인 결제 철회 상점도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최평천 기자 =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반 상점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늘고 있다.
일상 경제활동에 쓰일 수 있을 정도로 비트코인이 신뢰성이 있다고 상인들이 믿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경기 포천 가구거리에 있는 가구점 '로하스'는 이달 15일부터 비트코인을 받기로 하고, 매장 앞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펼침막을 붙였다.
이 가구점 홍재형 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트코인이 최근 워낙 인기가 높은 데다 이를 통해 결제해도 원화를 받는 것과 견줘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이제 막 적용한 탓에 비트코인으로 물품값을 지불받은 사례는 아직 없지만, 홍 대표는 앞으로 비트코인 결제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마 가구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매장이 아닐까 싶다"면서 "가구업계는 종사자들이 연로해서 아직 관심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음식점 '미다미 참치'도 약 석 달 전부터 가상화폐 결제를 시작했다.
이 음식점을 경영하는 손충재 대표는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었고 블록체인 기술력에 신뢰가 갔다"면서 "앞으로 화폐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손 대표는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소에서 이체하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어서 대안가상화폐(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의 일종인 리플(Ripple)을 주로 결제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리플로 음식값을 지불하는 손님이 꾸준히 있었다"면서 "아직 시세 변동이 커서 손님 입장에서 결제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나중에는 제도권 내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와인바 '더젤'도 올해 초부터 비트코인을 받아왔다.
매장 점원은 "사장님이 비트코인 투자도 하고 있고, 이에 관심이 많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면서 "많을 때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손님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과거에 비트코인을 받다가 철회한 상점들도 있었다.
4년 전인 2013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매장으로 주목받은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은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매장 종업원은 "처음에는 간간이 비트코인으로 빵값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후 관심이 줄면서 드문드문해졌다고 들었다"며 "그러다 매장 주인이 바뀌면서 작년에 시스템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에서도 2014년 학생들이 만든 학생벤처 회사 주도로 교내 매장인 '뉴욕 핫도그'가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이용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학생 벤처회사 설립을 지도했던 김일선 전 한양대 겸임교수(현 한동대 겸임교수·인프라베이직 대표)는 "한때 비트코인 결제가 많이 이뤄졌는데 벤처회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입대 등 여러 상황으로 오래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게임 유통업체 스팀이 비트코인을 받다가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받지 않기로 해 화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비트코인 계정을 만들고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는다', '트친비(트위터 친구 비용)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달라'며 각자 자신의 QR코드를 트위터·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장난스레 올리는 것이고 실제 비트코인으로 SNS 친구에게 기부하는 사례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누리꾼들 사이에 비트코인이 친숙해진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메일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이메일을 쓰고 싶어도 받을 사람이 없어 못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도 결제수단이 되려면 사용자·매장·유통망 등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거래소가 많이 확대된 데다 사용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이제 어느 정도 안정성만 있으면 가상화폐 결제가 일반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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