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와 독일 정부 등 "미국과는 다르다" 입장 밝혀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정책을 폐기했으나 유럽연합(EU)이 즉각 미국과 달리 유럽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이라는 원칙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안드루스 안시프 디지털 단일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집행위는 유럽의 망중립성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며 "차별과 간섭 없이 개방된 인터넷에 접근할 권리가 EU 법규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안시프 부위원장은 아울러 "모든 유럽 사람이 개방된 인터넷에 접근해야 하고, 모든 인터넷 트래픽이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도표와 함께 설명한 EU 집행위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그는 미국 FCC의 망중립성 폐기가 본격 추진되던 지난 10월 유럽의회에서 자신이 망중립성 원칙을 설명한 동영상까지 올리며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독일 경제부 베아테 바론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개방되고 자유로운 인터넷은 누구나 참여하기를 바라는 디지털 사회의 성공적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답했다.
바론 대변인은 "독일 정부는 웹 접근 차별을 금지하는 EU의 인터넷 법규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독일 공영 DW방송은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폐기 조치가 유럽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향후 유럽의 관련 규정 개정 시 일종의 '유행의 선도자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주장한다고 전했다.
클라우스 뮐러 독일소비자단체연맹(VZBV) 회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유럽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지만 차츰 간접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인터뷰에서 말했다.
뮐러 회장을 비롯한 망 중립성 지지자들은 이미 통신업체들은 유럽의 관련 법규가 모호해 생긴 '회색지대'를 활용, 이른바 '제로 레이팅'(zero rating) 같은 편법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로 레이팅은 통신업체가 특정 앱이나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올리거나 내려받을 때 발생하는 데이터에 대해선 이용자에게서 돈을 받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통신업체들이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같은 특정 업체들의 사이트에서 영상과 음악, 게시물 등을 무제한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U는 2015년 11월 제정, 2016년 4월 발효된 '오픈 인터넷' 법규에서 통신업체가 누구에게나 동등한 인터넷 접근을 제공하고 속도나 품질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통신업체들은 제로 레이팅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망 중립성 옹호론자들은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만 무료나 할인을 제공하므로 차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한다.
EU는 2018년 '오픈 인터넷' 규정의 영향을 평가하고 2019년 4월에 개정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때를 전후해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에 힘입은 통신업계의 규제 완화 목소리와 편법을 봉쇄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예일대학 법학대학원 정보사회프로젝트의 닉 프리쉬 연구원은 "이번 FCC 결정은 인터넷을 발명한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의 챔피언 자리를 다른 나라에 넘겨 주며 세계의 지도적 위치를 잃는 또 다른 분야가 될 것"으로 비판했다고 CNN이 전했다.
프리쉬 연구원은 FCC의 망중립성 폐기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던지는 나쁜 사례가 될 것이라며 특히 캐나다나 유럽에 비해 망중립성 원칙이 취약하고 데이터요금이 비싼 나라들에 더욱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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