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무회전 킥으로 역전골…'아름다운 궤적'
런던올림픽 한일전 벤치 신세 졌던 정우영, 아픔 씻는 통렬한 슈팅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볼이 발에 맞는 순간 느낌이 좋았습니다. 골이구나 생각이 들었죠."
축구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충칭)이 태극마크를 처음 단 건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다.
부상으로 낙마한 한국영(현 강원)의 대체 선수로 뽑혀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그는 브라질과 4강전에서 교체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정작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벤치만 지켰다.
당시 교토 상가에서 뛰고 있던 정우영은 일본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 중용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는 벤치에서 동료 선수들의 짜릿한 승리를 지켜봐야 했다. 모두가 감격에 젖어 웃을 때, 정우영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정우영은 올림픽 대표팀은 넘어 성인대표팀에도 승선했다. 2015년 6월 아랍에미리트와 친선경기가 데뷔전이었다.
이후 그는 이날 한일전 직전까지 21차례 A매치에 출전했다. 적지 않은 경기였지만, 그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같은 포지션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기성용이 뒷선에서 팀을 조율하는 사령관 역할을 할 때, 정우영은 기성용의 백업이나 옆에서 호흡하는 보조 역할을 주로 맡았다.
세트피스나 중거리 슈팅 기회도 그리 많이 오지 않았다. 기회를 잡지 못해 킥 능력이나 세트피스 시 패싱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정우영은 이날 한일전을 앞두고 치른 A매치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2017 동아시아연맹(EAFF) E-1 챔피언십 대회는 정우영에게 기회의 무대였다.
그는 유럽파 선수들이 빠진 이번 대회에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최종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상황과 전혀 달랐다.
그는 이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전반 23분 페널티 지역 앞 오른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 키커로 직접 나섰다.
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우영은 오른발로 무회전 킥을 날렸다.
공은 수비벽을 살짝 넘긴 뒤 골망 오른쪽 위를 흔들었다. 아름다운 궤적이었다.
정우영은 A매치 22차례 A매치, 올림픽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9경기를 포함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총 31경기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짜릿함을 일본 도쿄 그라운드에 풀어냈다.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정우영은 "볼이 발에 맞는 순간 느낌이 좋았다. 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A매치 데뷔골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김진수(전북)도 프리킥을 차고 싶다고 했지만 '미안한데 정말 자신 있다'고 말하고 내가 차게 됐다"라며 "세트피스 연습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일본과 중국 프로리그에서 뛰면서 무회전 킥을 넣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전 승리에 대해선 "한일전이 어느 경기보다 중요하다는 건 모든 선수가 알고 있었다"라며 "코칭스태프도 무게감을 내려놓고 긴장을 풀라는 의미에서 이틀 전 휴식을 주셨다, 북한, 중국전보다는 쉽게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대표팀이 비판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짊어져야 할 무게다. 이젠 그런 것을 넘어선 것 같다"라며 "하나하나 신경 쓰면 운동 못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년 1월과 3월 대표팀 소집 때도 기회가 주어지면 꼭 나 자신을 어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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