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찾는 손님 예년의 60∼70% 수준" 울상…무장 경찰 경계도
테러희생자 기리는 추모 공간도 마련…방문객 "두렵지 않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16일(현지시간) 밤, 1년 전 테러범이 몰던 트럭이 크리스마스시장으로 진입해 돌진한 길을 따라 걸었다.
12명의 희생자를 남긴 '트럭 돌진 테러'가 발생했던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이다.
트럭이 들어왔던 곳에는 3개의 콘크리트 차량 방호벽이 설치돼 있었다.
회색 방호벽 옆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였다.
4∼5m 폭 정도의 거리에 들어서기 전부터 크리스마스캐럴 음악이 귓가에 들어왔다.
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조명이 천장을 이루고 있었다.
와플 상점, 각종 소시지류를 파는 상점, 주류 상점 등에선 음료와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쳤다.
오후 8시가 넘어선 데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따뜻한 와인에 향신료를 넣어 만든 글뤼바인을 마시는 이들이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도, 애정표현에 열중하는 연인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1년전 시속 65㎞의 트럭이 덮치며 비극이 벌어졌던 이곳엔 여유로움이 넘쳤다.
자신을 필립이라고 소개한 32세의 독일 남성은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그는 "경비가 강화됐다. 경찰이 많이 보인다"라며 "작년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시장을 찾는다는 그는 예년보다 사람들도 줄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삼삼오오 지나다니는 경찰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도 보였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온 유학생 카롤리나 카넨시아(32·여)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콜롬비아에는 테러가 자주 일어난다"면서 "이곳은 작년 한 번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에게 트럭이 빠져나갔던 곳을 물었다.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역시 방호벽이 설치돼 있었다.
트럭이 들어온 입구에서 30m 정도는 돼 보였다.
인근에 희생당한 12명의 시민을 추모하는 장소가 보였다. 시민들이 두고 간 수백 개의 촛불이 놓여 있었다. 깜박이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희생자의 흑백 사진에 색을 입혔다.
이곳에 잠시 멈추고 희생자를 기리는 이들이 간간이 있었다.
필립의 말과 달리, 기념품을 파는 한 상점 주인은 예년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60∼70%밖에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이곳에 오면 느끼지 못하겠지만, 오기 전엔 머뭇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께름칙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탓일 게다.
지난 1일에는 베를린 인근 포츠담의 크리스마스시장에서 수상한 포장물이 발견돼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물류기업인 DHL을 상대로 협박하는 포장물로 판명 났지만, 시민들에게 작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을 터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근거지를 잃은 '이슬람국가(IS)'는 일찌감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럽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테러를 선동했다.
밤 10시가 되자 인근에 주차된 경찰차들이 한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크리스마스시장은 붐볐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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