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에 흥행비가 내리고 있다.
관객들의 호평 속에 개봉 사흘째인 지난 16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이라는 대담한 가정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와 주변 열강의 모습을 설득력 있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소 무겁고 민감한 주제지만 긴장감 넘치는 첩보전과 액션, 남북요원 간 우정 등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새로운 상상력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북한은 단골 소재였다. 올해만 해도 남북의 형사 콤비를 내세운 '공조'(김성훈 감독)가 780만명을 동원하며 설 극장가를 이끌었고,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 김기덕 감독의 '그물' 등도 남북문제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내년에도 '공작'과 'PMC', '스윙키즈' 등 북한 소재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 역시 북한 핵 문제를 다룬다.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 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한의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이 주요 골격이다.
'PMC'(김병우 감독)는 판문점 30m 아래 지하 벙커 회담장이 무대다. 이곳 비밀작전에 한국인 용병과 그의 팀원들이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전투 액션물이다.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6·25전쟁 중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탭댄스에 빠진 북한군 로기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영화 플롯에는 긴장과 갈등의 계기가 있어야 한다"며 "또 현실을 반영하거나 변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은 소재, 혹은 주제적으로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단 현실을 다룬 영화들은 그 당시 사회정치적 지형을 반영하며 조금씩 변화해왔다.
1960∼70년대에는 반공영화였다. 그러다 1999년 '쉬리'(강제규 감독)의 등장은 상업영화로서 북한 소재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한에 침투한 북한의 특수요원과 남한 정보기관 요원의 대결을 그린 '쉬리'는 582만명을 동원하며 당시로서는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기록했다.
'공동경비구역JSA'(박찬욱·2000)는 한국영화에서 북한을 묘사하는 방식을 바꾼 영화다. 기존에 공식처럼 등장하던 냉혈한 간첩 이미지 대신 북한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초점을 맞췄고,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다양한 북한 소재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표현 영역이 넓어진 점도 일조했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2004), '태풍'(곽경택·2005), '웰컴 투 동막골'(박광현·2005), '의형제'(장훈·2010), '포화속으로'(이재한·2010), '베를린'(류승완·2012),'고지전'(장훈·2011),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2013), 용의자'(원신연·2013), '연평해전'(김학순·2015) 등 전쟁을 전면으로 다루거나 첩보액션 혹은 휴먼코미디 형식 등으로 풀어낸 다양한 영화가 등장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북한 소재 영화는 액션의 스케일을 넓힐 수 있고, 우리 현실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여기에 민족애, 인류애, 평화와 같은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한데 섞이면서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평론가는 이어 "그동안 상업영화에서 북한을 등장시킬 때는 정치적 갈등과 함께 남북한 요원이나 공무원들이 서로 이질적인 문화 차나 이념 차를 넘어 교감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올해 초 '공조'에 이어 '강철비'도 이런 흐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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