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공작 의혹 등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가 종반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의 국정원 수사는 지난 9월 초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하지만 그 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에 대한 인지수사를 비롯해 보수단체 지원(일명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 비위 수사도 이뤄졌다. 검찰이 불법 정치관여 등 혐의로 기소한 사람은 17일 현재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 모두 27명이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도 18명에 달한다. 국정농단 수사의 칼끝을 두 번이나 피해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세 번째 영장청구로 구속됐고, 청와대 '문고리 권력'으로 통했던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도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도 국회에 체포동의서가 제출된 상태이다.
국정원 적폐 수사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시절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거의 전방위적으로 진행됐음이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사이버 외곽 팀' 등 댓글 부대를 3천 명이나 운영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비롯해 정부 비판적 성향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대기업과 보수단체를 일대일로 연결해 관제시위를 지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부인의 사적 모임을 위해 강남 한복판 안가를 호화롭게 꾸미는 데 10억 원을 사용하고, 퇴임 후 해외 연수를 위해 해외공작비 200만 달러를 빼돌린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해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하나같이 민주주의와 헌법의 기본원칙을 훼손한 중대범죄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불과 3개월 남짓한 기간에 이 정도 수사 성과를 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법원의 적부심에서 풀려났을 때는 일각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일었다. 검찰 수사를 받던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무리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압적 수사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검찰로서는 남은 수사를 잘 마무리 짓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지금까지 수사 성과도 빛을 낼 수 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정치공작에 대해서는 원 전 원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윗선'에 대한 수사가,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과 관련해서는 최종 사용처와 사용 규모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원 전 원장이 입을 닫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특수활동비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검찰의 향후 행보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혜와 경험을 모아 현실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적폐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다수의 국민도 어두운 것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기를 바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등 주요 피의자들이 이렇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서는 그런 국민 여망이 실현되지 어렵다. 지금은 영어의 몸이지만 한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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