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경화로 관동대지진 유사 사건 발생 위기감 느껴"
(도쿄=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앞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후지산이 폭발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절대로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김상헌 제주재일마을준비실행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일본 도쿄 한국YMCA회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베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군국주의와 우경화가 계속 강화되고 있어 관동대지진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동대지진 사건은 1923년 9월 1일 규모 7.9로 발생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됐고 이 과정에서 현지의 자경단·경찰·군인 등이 6천 명이 넘는 재일 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김 위원장은 일본 정부가 재일동포를 보호해 주지 않을 때 아이들이라도 임시 피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제주에 재일동포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를 방문했을 때 일본 내에서 혐한 감정이 팽배해져 제가 하던 삼겹살 식당을 폐업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해도 일본에서는 우리 재일동포들을 욕한다"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재일동포들의 고단한 삶을 설명했다.
재일동포 3세, 4세들마저 일본 사회에서 차별받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재일동포 자녀들이 일본 학교에 다니다가 사춘기 들면서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인터넷으로 한국인을 검색하고 온통 나쁜 말로 도배된 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상에서 제일 공격을 많이 받는 대상이 제주도 출신의 재일동포와 그 자녀들이다"며 "의도적으로 제주4·3사건 때 밀입국한 자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글들을 올리고 있지만 아무도 대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재일동포 가족끼리도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과 남한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상황이 많아서 아이들이 더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므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대립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이유로 아이들을 위한 피난처가 필요하다며 이날 재일본한국YMCA회관에서 '재일제주인 심포지엄'을 열고 참석자들에게 재일동포마을을 만드는 계획을 설명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제주도 땅을 이용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그는 "제주도민에게 우리 애들이 숨을 쉬면서 민족적인 성향을 더 키울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려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제주도민에게는 재일동포 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제주의 젊은이들이 특산물 등을 이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마늘 주산지인 대정읍에 흑마늘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전수하고, 땅콩을 많이 재배하는 우도에는 땅콩 고추장 담그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계획이다. 일본 최고의 수경재배 기술자를 초청해 수경재배 기술을 전파하고, 하수가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매스 화장실을 갖춘 건축 축조 기술을 알려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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