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생부터 모네까지…서울로 온 17∼20세기 프랑스 미술

입력 2017-12-18 11:44   수정 2017-12-18 11:49

푸생부터 모네까지…서울로 온 17∼20세기 프랑스 미술
국립중앙박물관, 19일부터 예르미타시박물관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럽 문화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17세기 이후 미술 작품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9일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에르미타주)박물관의 프랑스 회화, 조각, 소묘 등 미술품 89건을 선보이는 특별전 '예르미타시박물관전,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이다.
이 전시는 표트르 대제가 1717년 프랑스 파리를 두 달간 방문해 깊은 인상을 받은 뒤 추진하기 시작했던 러시아와 프랑스의 300년 교류를 보여주는 자리다. 표트르 대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를 건설한 황제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프랑스 예술을 향한 관심은 표트르 대제의 외손자인 표트르 3세와 결혼했던 예카테리나 2세(재위 1762∼1796)가 즉위하면서 절정을 맞았다.
계몽군주가 되고자 했던 예카테리나 2세는 프랑스 철학자인 드니 디드로 등과 친분을 쌓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프랑스 미술품을 구매했다. 당시 그가 수집한 프랑스 작품은 4천여 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황제의 프랑스 예술 사랑은 러시아 귀족에게까지 퍼졌다. 18세기부터 러시아의 공공건물과 상류층 저택에는 프랑스 그림이 걸렸고, 개인 소장품 중 상당수는 러시아혁명을 거치면서 국유화돼 예르미타시박물관에 귀속됐다.



1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전주의에서 인상주의까지 프랑스의 300년 미술사 흐름을 아우르는 전시"라며 "러시아 황제와 기업가들이 수준 높은 프랑스 미술 애호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예르미타시박물관은 프랑스 박물관을 제외하면 프랑스 미술품의 컬렉션이 가장 방대하기로 유명하다"며 "러시아인의 취향에 맞는 프랑스 회화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전시장은 마치 유럽의 궁전이나 미술관을 옮겨놓은 것처럼 꾸며졌다. 입구에서는 이탈리아 철학자가 말했던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가 유럽을 보는 창이다"라는 문구와 표도르 로코토프가 그린 예카테리나 2세 초상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내부는 미술사조에 따라 4부로 나뉜다. 벽면이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칠해진 1부의 주제는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이다.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등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녹색 벽이 눈길을 끄는 2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 작품이 걸려 있다. 남녀 간의 사랑과 유희 장면을 그린 그림과 풍속화, 풍경화가 전시됐다.



이어 3부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에서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통치를 겪으며 발생한 프랑스 예술의 변화상을 조명한다. 노란색 벽면을 배경으로 걸린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 구스타브 쿠르베의 '죽은 말이 있는 풍경'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 4부는 인상주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이 빛에 따라 변하는 색채의 표현에 집중한 인상주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을 어둡게 하고 벽면을 검은색으로 처리했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의 회화가 나란히 공개됐다.
예르미타시박물관의 소장품 전시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26년 만이다. 1991년 '스키타이 황금'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됐고, 이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전시가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2010년과 2016년에 열렸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성인 6천원, 중학생∼대학생 5천500원, 초등학생 5천원, 유아·어르신 4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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