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관 점검 불합격률 1.7% 불과…점검결과 신뢰성에 의문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열흘 새 경기도 용인과 평택에서 잇따라 인명 피해 사고를 낸 타워크레인들이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정기 점검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타워크레인 정기 점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오후 2시 40분께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마스트(기둥) 1개 단을 더 높이는 인상작업(telescoping)을 하던 타워크레인의 '슈거치대'가 부러지면서 텔레스코핑 케이지(인상작업 틀)가 1개 단 높이만큼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 사고로 건물 18층 높이 마스트에서 작업 중이던 정모(52)씨가 추락해 숨졌고, 함께 있던 작업자 4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사고 당시 영상에는 운전석 등 타워크레인 상부를 받치고 있던 슈거치대가 아무런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러지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따라 슈거치대를 비롯한 불량 부품이 이날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크레인은 열흘 전인 지난 9일 A기관이 한 정기 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A기관을 포함해 6개 기관에 위탁, 국내 타워크레인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 정기 점검 당일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용인 물류센터 신축현장 타워크레인 사고가 난 날이다.
공교롭게도 용인 사고 타워크레인 역시 A기관이 사고 전 점검, 합격 판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기관에서 점검해 합격 판정을 한 두 타워크레인에서 잇따라 사고가 난 것이다.
특히 A기관은 타워크레인 정기 점검 불합격률이 1.7%로, 점검을 위탁 수행하는 기관들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개 점검 기관의 불합격률은 29%, 17.9%, 5.4%, 4.9%, 4.5%였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발표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에서 기관별 불합격률의 편차가 이처럼 심한 점을 크레인 관리·사용상의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정기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점검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도 밝혔지만, 이후 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정기 점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한 타워크레인 전문가는 "크레인 관련 업무만 30년째인데, 슈거치대가 부러졌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며 "제대로 된 부품이 사용됐는지, 정기 점검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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