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산 보이는 곳까지 근접 비행…최신 군사정보 수집 목적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군이 자국 폭격기의 대만 근접 비행 영상을 공개했는 가하면 공군기 편대가 대만섬을 한바퀴 도는 위협 비행을 벌였다.
19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중국 공군은 최근 웨이보(微博) 계정에 올린 '섬 일주 순항비행'이라는 제목의 단편영상을 통해 전략폭격기 훙(轟·H)-6K가 수호이(Su)-30 전투기 두대의 호위 속에 순찰 비행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는 대만 남부 핑둥(屛東)현의 다우산(大武山)으로 여겨지고 있다. 육안 확인이 가능한 곳까지 근접 비행을 통해 중국은 자국 지방으로 간주하고 있는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훙-6K 폭격기는 순항미사일 창젠(長劍)-20으로 보이는 무기를 탑재하고 있었다. 최근 개발이 완료된 창젠-20은 사정거리 3천㎞에 이르는 초정밀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LACM)이다.
중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환구시보에 이 비행의 전략적 의미는 '대만독립 세력'을 겨냥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제1열도선을 넘어 제2열도선 부근에서 창젠-20의 최적 발사 지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도선(도련선)은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이자 미국의 대중 군사봉쇄선으로,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이고 제2열도선은 일본 이즈반도-괌-사이판-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중국 공군은 이 영상 공개 다음날인 18일에도 대만을 한바퀴 도는 원정 순항 훈련을 벌였다.
윈(運·Y)-8 수송기와 정찰기 등으로 구성된 중국 공군기 편대는 이날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을 통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한 뒤 대만 동부 해역을 북상해 대만과 일본 사이의 미야코(宮古)해협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공군은 이날 폭격기와 전투기 5대를 동원, 제주도 남방 이어도 부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 동해로 진입 비행하는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남과 북에서 동시에 원정 비행훈련을 벌인 셈이다.
대만 국방부의 자료에 따르면 바시해협, 미야코해협을 통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한 중국 공군기의 훈련은 올해 들어 18차례 진행됐다. 일본 방위성 자료까지 합하면 19차례에 이른다.
특히 중국이 지난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치른 이후 중국 공군기의 대만 동부해역 포위 비행은 8차례에 이를 정도로 중국군의 서태평양 진출이 상시화되고 있다.
중국 공군기의 대만 포위비행 소식에 대만 입법원에서 국방예산을 심의하고 있던 펑스콴(馮世寬) 국방부장은 곧바로 헝산(衡山)지휘소로 달려가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앤서니 웡(黃東)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최근 중국군의 대만 근접 비행이 매우 빈번해진 것은 최신 군사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군이 대만과의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도 "중국군은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일본의 군사배치 뿐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나 전략폭격기 수량을 포함한 대만과 관련한 모든 군사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주변에서의 집중적인 순회비행은 미래 가능한 전쟁 형태에 대비하기 위해 수행하는 필수적 절차"라고 덧붙였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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