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③ '발등의 불' 중소기업…82% "신규채용 없다"

입력 2017-12-20 07:00  

[최저임금 인상] ③ '발등의 불' 중소기업…82% "신규채용 없다"
채용 중단·공장 자동화로 대응…'폐업 도미노' 우려도
근로자 '월급 인상' 환영…고령자·비정규직, 실직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금속가공 중소기업은 지난달 2억 원을 들여 금속 절단기계를 1대 도입했다.
직원 10여 명에 한 해 매출이 120억∼130억 원 정도인 중소업체로서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투자라 할 수 있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올해(시급 6천470원)보다 16.4% 인상돼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자 고심 끝에 기계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 회사 이 모 대표는 "우리 같은 소기업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의 문제"라면서 "내년에는 인건비 인상으로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직원 수는 동결하는 대신 현재 3대인 절단기를 장기적으로 6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안산 단원구에 있는 한 중소 플라스틱 도금업체는 전체 직원이 180여 명으로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다. 국내 노동자들이 힘든 일을 꺼리면서 직원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도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 인상 적용을 받으면서 경영진의 인건비 고민이 크다.
이 회사 장 모 상무는 "지난달 현재 임금과 최저임금으로 인상된 내년 임금을 비교해보니 내년부터 한 달에 인건비가 5천만 원씩 더 들어가고 연간으로는 6억 원이 더 나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10억 원을 들여 설비를 자동화하든가 아니면 공장 문을 닫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잇따라 쓰러지는 '폐업 도미노' 현상마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소기업들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에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공장 자동화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2018 중소기업 경기전망·경제환경 전망조사'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 5곳 중 1곳꼴(18.1%)로만 '채용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는 '미정'(40.6%)이거나 '채용계획이 없다'(41.3%)고 답했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 등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고자 직원 수 30명 미만 영세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 구로구의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내년 이후에는 일자리 안정을 위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기업이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해야지 체력이 안 되는 기업은 죽으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올해보다 15조2천여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2020년 1만 원으로 인상되면 올해와 비교해 2020년부터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은 매년 81조5천여억 원에 달할 것으로 중소기업계는 전망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된 급여를 받게 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오산의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김 모(43) 씨는 "연장근로 수당까지 합하면 한 달 급여가 100만 원 이상으로 올라 직원들은 내심 좋아하고 있다"며 "내 월급은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연령이나 직종, 정규직 여부 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고용주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게 되면 당장 자신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서 모(46) 씨는 "사업주들이 최대한 가족 위주로 운영하고 직원은 최소화하려는 것 같다"며 "주유소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자리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다.
경비 등의 업무를 하는 고령 근로자들은 월급은 적게 받더라도 꾸준히 일하기를 원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리 대상 1순위다.
경기 오산의 한 식품 가공업체 대표 이 모 씨는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는 경비 2명을 정리할 것을 검토 중"이라며 "70세가 다 된 고령들이라 생산직 일은 못 하고 경비를 하는데 그분들 임금도 덩달아 인상되니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gatsb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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