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드 협회, 업그레이드 버전에 로힝야 문자 포함 검토 중"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인종청소'에 준하는 미얀마 군부의 탄압으로 위기에 놓인 로힝야족의 문자를 디지털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1980년대 이슬람학자인 모하마드 하니프가 로힝야족의 언어를 연구해 개발한 문자 '하니프 로힝야'가 PC와 스마트폰에서 세계 각국 문자와 기호를 표현하는 국제 전산 표준인 '유니코드'에 포함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니코드 표준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유니코드 협회(Unicode Consortium) 측은 AFP에 '하니프 로힝야'가 향후 나올 유니코드 업그레이드 버전에 포함될 문자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최종 결정은 내년 2월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니코드는 한글과 알파벳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모든 문자를 컴퓨터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국제 산업 표준이다.
로힝야 문자가 여기에 포함될 경우 미얀마를 탈출해 방글라데시로 유입된 8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을 비롯한 전 세계의 로힝야족이 그들의 언어로 이메일을 쓰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말은 있으나 1980년대까지 표준화된 문자는 없었던 로힝야족에게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AFP는 내다봤다.
미얀마 정부의 폭력적 탄압 아래 놓인 로힝야족은 그동안 그들의 처지를 알리고 방어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물론 문자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로힝야족이 그들의 디지털 문자를 갖게 된다는 것은 그들이 소수민족으로서 인정받고 생존하는 데 엄청나게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니프는 "한 민족이 고유의 문자가 없으면, 하나의 민족집단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더 쉬워지고 탄압하기가 더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하니프 로힝야' 컴퓨터 문서 활자체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무함마드 누르는 "이는 로힝야 언어와 박해받는 로힝야족의 투쟁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위기 지역에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국경없는통번역사회'의 레베카 페트라스는 "이것은 혁명적"이라면서 "언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얀마 내 로힝야족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로힝야 문자를 읽고 쓰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미얀마 라카인주(州)에서 교육을 받는 소수의 로힝야족도 미얀마어로 배우며, 종교계 학교에서도 로힝야 문자 교육은 금지되고 있다.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 사회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다.
미얀마 국민 대다수는 영국 식민 통치 당시 집중적으로 유입된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벵갈리' 또는 '칼리'로 부른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미얀마 정부군은 로힝야족에 대해 '인종청소'에 준하는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으며 학살, 고문, 성폭행 등을 견디지 못해 인근 방글라데시로 도망친 로힝야족만 60만 명이 넘는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