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북한의 대미 공격 감행, 가짜뉴스에 페이스북 굴복"
블룸버그 "예측이 아니라 세계의 급변상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기 위한 도발"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고,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며 가짜 뉴스의 범람에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해체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은행을 대체하고, 유럽에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가 총리에 당선돼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하며, 프랑스 등에선 세대 대전(Generational Warfare)이 벌어진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시달리던 중국이 마침내 파리협약을 거부하는 미국 등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전기차가 석유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
블룸버그가 18일(현지시간) 비관주의적 관점에서 새해에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그것들이 앞으로 10년간 세계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는지 제시한 8대 시나리오다.
이 매체는 "북한발 전쟁 위협이 제기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모르며, 밑바닥에선 가짜뉴스에서부터 암호 화폐에 이르기까지 더 심중한 변혁의 힘이 꿈틀대고 있다"며 백척간두에 선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이같이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예측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 세상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발적" 의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거 없이 추측한 것은 아니다. 인터뷰, 자료, 조사 등을 통해 구축한 시나리오들에 대해 유명 컨설팅 업체의 감수를 받았다. 예컨대 북한의 대미 공격 시나리오에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의 국방부, 미국과학자연맹(FAS), 미 공군대학 등의 자료를 활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소개했으나 4번째인 북한의 대미 공격 시나리오부터 보자.
#시나리오 1 북한의 대미 공격 감행
2018년,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 서부 해안으로부터 48km 바깥 바다에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직접 무력 보복하는 대신 호놀룰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튿날 중국은 대북 국경을 봉쇄한다.
2019년, 북한의 국영 텔레비전 방송이 김정은 위원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중국의 후견을 받는 새로운 정권은 비핵화에 동의한다. 트럼프 지지율이 치솟고 '중미 관계 황금시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트럼프와 시진핑 간 관계가 가까워진다.
2020년, 트럼프는 중국에 군사 장비 판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한국과 일본에는 무역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놀란 일본은 군비 지출을 대폭 늘린다.
2025년, 트럼프 재선 임기 마지막 날 시진핑이 대만 합병 계획을 전격 발표한다. 트럼프는 "대만 국민에게 위대한 일"이라며 환영한다. 일본은 독자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하고 한국은 중국과 방위조약을 맺는다.
2028년, 82세가 된 트럼프는 대만에서 열린 중국과 대만 간 통일 축하 기념식에 참석, "오랜 친구" 시진핑과 나란히 앉는다. 그날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 탑재 사실을 발표한다. 아시아의 새로운 군비경쟁의 막이 오른다.
#시나리오 2 트럼프 재선 성공
2018년, 트럼프가 감세 법안의 입법에 성공한 데 이어 규제 완화와 수조 달러에 이르는 군비 지출과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추진함으로써 경제가 호황을 탄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도 트럼프를 엮는 데 실패한다.
2020년, 저조한 득표율이긴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 민주당 표가 흑인 여성 상원의원 출신의 민주당 후보 카말라 해리스와 무소속 후보 버니 샌더스 사이에 갈린 탓이다.
2021년,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에 성공하지만 새 대안을 내놓지는 않는 바람에 미국의 건강보험 체계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트럼프가 주입한 경제 마약의 효과가 사라지고 증시 거품이 터진다.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로 빠진다.
2024년, 전국적인 건강보험 체계 도입을 내세운 지미 키멜(코미디언이자 ABC 방송 토크쇼 진행자)이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지만,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스티븐 배넌이 버지니아 상원의원에 당선됨으로써 미국의 분열상을 재확인한다. 주요 도시들에서 건강보험 문제로 폭동이 일어난다.
2028년,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안 정당들에 끌림으로써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붕괴하고 11월 대선에 호각지세 후보 4명이 난립한다. 아무도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지 못해 당선자 없이 정치투쟁과 소송으로 소일한다.
#시나리오 3 페이스북, 가짜뉴스에 굴복
2018년 중간 선거에서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들이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는 데 실패한다. 이듬해 페이스북은 의심스러운 내용을 걸러내기 위한 전담 요원 수천 명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트위터 교신량의 거의 절반이 가짜뉴스 계정에서 나온다. 2020년 실리콘 밸리 업체들이 가짜뉴스를 정확히 걸러낼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호언하지만 대선 기간에 미국 가정마다 갖춰진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해킹당해 경제와 외교정책에 관해 트럼프에게 유리한 정보만 전달된다.
2025년 인터넷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까지 돼 버리자 미국의 키멜 행정부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을 해체해 버린다. 이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이 우후죽순 나타나 저마다 제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만 전하는 바람에 가짜뉴스 상황은 도리어 악화한다.
#시나리오 4 비트코인, 은행을 대체
2018년 미국의 한 지방은행이 자사 전산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모든 계좌가 사라졌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기존 금융체제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 2021년 중국의 알리바바가 자체 암호화폐를 자사 전자상거래용으로 채택하고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그리스와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채택한다. 2023년 전 세계은행 수십 곳이 웜홀에 오염된 것도 모르는 채 자료와 현금이 야금야금 빠져나가다 2026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에서 인출 사태가 일어난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각 가정에 직접 전자화폐를 발행하자 전통적인 월가 금융기관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2028년 많은 은행이 파산하고 세계 금융체제는 전자화폐와 알리페이, 아마존닷컴 등이 지배하는 지불 체계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비트코인 가격이 1백만 달러로 치솟는다.
#시나리오 5 코빈, 영국 총리로 사회주의 정책 시행
2018년 브렉시트 협상이 꼬이면서 테레사 메이 총리가 실각하고 보궐선거에서 코빈 노동당 당수가 집권한다. 이듬해 영국이 마침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 2022년 코빈은 막대한 채권 발행과 증세를 통해 무상 대학 교육 등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부유한 은행가들은 런던을 탈출한다. 코빈은 이들이 남긴 건물 일부를 저소득층 주거용으로 전환한다.
2023년 코빈이 압도적 표차로 재선되지만, 지난 수년간의 무분별한 지출로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초과하고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2028년 영국의 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파운드화 가치가 급전직하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나리오 6 세대 대전, 유럽 휩쓸어
2018년 프랑스의 연금 생활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이탈리아 선거에선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기존 연금제 유지를 공약한 80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밀어 다시 총리에 앉힌다. 2020년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은퇴하는 베이비부머의 노후 비용을 대느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가 금융위기에 빠진다. 마크롱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인기가 바닥을 기면서 재정긴축을 엄두도 못 낸다.
2022년 프랑스 선거에서 극좌 후보 장 뤽 멜랑숑이 젊은 층의 기치를 들고 마크롱을 꺾은 뒤 영국 코빈의 사회주의 정책을 따른다. 프랑스와 영국에선 세금이 치솟고 스코틀랜드는 이에 반발해 투표를 통해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다. 2024년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청년 실업률이 50%에 이르면서 이탈리아에선 반 기성 정치권을 내세운 오성운동이 집권한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투표에도 스페인은 군대를 동원할 재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2028년 생산 인구 2명이 은퇴자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인구구조 때문에 젊은 층은 납세를 거부하고 나선다.
#시나리오 7 중국, 무역전쟁 개시
2018년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이 상하이를 강타, 막대한 피해를 내자 중국의 경제력과 트럼프와의 우호 관계를 활용해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토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시진핑을 압박한다. 2021년 중국은 2028년까지 전면적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추가로 쏟아붓지만, 트럼프는 파리협약 재가입을 거부한다. 도리어 석유회사와 내연기관차 업체들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러시아도 기후협약을 탈퇴한다.
2024년 기후 극단화로 중국의 강 수계가 마르기 시작하자 중국은 2025년 미국을 비롯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에 미달하는 나라들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하기 시작한다. 2028년 미국의 키멜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그 결과 재선에 실패한다. 중국이 미국, 호주, 러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나섬으로써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 문제로 인한 무역전쟁이 발발한다.
#시나리오 8 전기차 시대 도래, 석유 시대 종언
2018년 전지 기술의 혁신적 돌파에 따라 전기차를 값싸게 대량생산하는 길이 열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에 급제동을 걸어 원유가가 간신히 배럴당 50달러에서 유지된다. 2021년 자동차 산업의 공급 체인이 뿌리째 뽑히는 충격으로 일본과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은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진 저유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2024년 사우디는 경제 침체에 빠져들고 정치 불안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대리인을 내세운다. 유가는 10달러로 추락한다. 2028년 사우디의 메가시티 계획은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히고 OPEC은 해체되며 러시아에선 푸틴이 사라진 지 오래다. 세계 석유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은 파산의 공포에 휩싸인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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