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축사 보내…"숭고한 용기와 사랑에 머리 숙여"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현봉학 박사님의 업적이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은 3년 전 개봉한 '국제시장'이라는 한 편의 영화였습니다. 박사님의 업적이 많은 분께 알려지는 것이 기쁘기도 했으나 후학들에 의한 선양사업이 그간 부족했다는 자책감이 작지 않았습니다."
한승경 사단법인 현봉학박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연세의대 총동창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기념사업회 창립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6·25 전쟁 흥남철수작전 당시 대규모 피란민 구출에 기여한 고(故) 현봉학 박사를 기리는 기념사업회는 이날 첫발을 내디뎠다.
기념사업회는 현 박사의 업적과 관련한 기념강연회 개최, 기념서적 발간, 기념물 간행·관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기념사업회 창립식은 현 박사 동상 건립 1주년과 그의 자서전 발간 기념식도 겸해 열렸다.
행사는 해병대 군악대의 연주 속에 국민의례, 기도, 현 박사 동상건립 영상 공개, 창립사 및 축사, 도서봉정, 헌화의 순서로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전 해군참모총장), 서헌원 해병대 부사령관, 윤도흠 연세대 의료원장, 송시영 연세대 의과대학장, 고인의 동생 현웅 씨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현 박사의 숭고한 의지와 고귀한 정신을 기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피 처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1950년 겨울 흥남부두에 가득했던 절망과 탄식을 희망과 환희로 바꿔낸 현봉학 박사님의 숭고한 용기와 사랑 앞에 오늘 다시 한 번 깊이 머리 숙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가 조국과 인류를 사랑했던 박사님의 따뜻한 마음,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셨던 의로운 뜻을 이어가고 승화시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부모님도 흥남철수작전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탄 피란민이었다며 그간 현 박사와의 인연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현 박사 동상 제막식에도 참석했다.
2007년 세상을 떠난 현 박사는 '흥남철수의 주역', '한국의 쉰들러', '한국의 모세', '생명의 가치를 지켜낸 휴머니스트'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연세대 의대 전신인 세브란스의전을 나온 그는 6·25 전쟁 당시 해병대 통역관이었다. 1950년 12월 미군이 함경남도 흥남에서 대규모 병력 철수작전을 펼칠 때 현 박사는 피란민도 데려가 달라고 미군을 끈질기게 설득해 이를 관철했다.
흥남철수작전으로 약 10만 명의 피란민이 미군 수송선 등을 타고 무사히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흥남에서 출항한 마지막 배인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2월 23일 배에 실린 군수 장비와 물자를 버리고 피란민 약 1만4천 명을 태워 경남 거제로 항해한 것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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