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토막 났던 마크롱 극적 반등세…"전례없는 현상"(종합)

입력 2017-12-20 02:38   수정 2017-12-20 09:43

지지율 반토막 났던 마크롱 극적 반등세…"전례없는 현상"(종합)

여론조사서 '좋은 대통령' 응답률 54%…한 달 만에 9%P 뛰어
노동개편 등 난제 무난히 통과시켜…국제무대서 美 리더십 공백 채울 '적임자' 부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반토막' 나며 추락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극적인 일로 평가된다.
프랑스 정치전문가들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분간 마크롱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의 최신 조사결과를 보면, 마크롱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2월 54%로 한 달 전보다 9%포인트 급등했다.
오독사의 조사에서 마크롱의 호감도는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58%로 최고였다가 계속 하락, 9∼10월 44%까지 떨어졌었다.
이달 조사에서 특히 마크롱은 자신이 중도우파 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 사이에서 호감도가 70%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중도우파 유권자의 마크롱에 대한 호감도는 한 달 전보다 무려 15%포인트 치솟았다.
이뿐이 아니다. 마크롱은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자신을 좌파 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 중 마크롱을 좋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은 45%로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9%포인트 뛴 수치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좌파 유권자들은 노동유연화와 법인세 감세를 주요 과제로 내건 '중도파' 마크롱을 우파 대통령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는 의외의 결과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파스칼 페리노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번 떨어지면 절대 회복되지 않는데 마크롱은 예외"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를 진행한 오독사 역시 "마크롱은 지지율이 극적으로 반등한 첫 대통령으로 이는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극적 반등세는 마크롱이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구상들을 집권 초 별다른 저항 없이 잇따라 안착시킨 것이 주효했다.
마크롱은 취임 후 첫 여름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44%(오독사 조사 기준)라는 낮은 지지율로 올해의 하반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돌파력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법안들을 야당의 큰 반발 없이 통과시켰다.
기업의 해고 권한을 늘리고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한 노동 유연화 구상은 좌파진영과 주요 노조의 거센 반격에 직면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많았지만, 예상외로 반발은 크지 않았다.
막강했던 프랑스 노조들은 마크롱이 던져놓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방안에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했고, 6월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석을 점한 의회는 마크롱의 국정과제를 거의 손대지 않고 통과시켜줬다.
장조레스 재단의 여론 전문가 슐로에 모랭은 AFP통신에 "사람들이 그가 약속을 지키는 인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달라진 국제 정치지형도 마크롱에게는 유리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취임 후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에서 손을 떼고, 전략적 요충지인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편을 노골적으로 드는 등 전통적인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백'을 만들었다.
이 공백을 트럼프 집권 몇 달 뒤 등장한 마크롱이 자신을 '중동의 중재자'와 '기후변화 문제의 새로운 리더'임을 부각하며 채우고 있는 것이 프랑스 국민의 여론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
여기에다 '라이벌'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에 발목 잡히고 국내정치에서 분열상을 노출한 것 역시 강한 유럽연합을 내건 마크롱에게는 반사 이익을 안겨 줬다.
파리정치대학의 페리노 교수는 "(마크롱 집권 후) 프랑스가 유럽과 국제무대의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인식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를 다시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마크롱이 국민의 사랑을 받은 인물들의 별세소식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것도 호감도 상승에 기여했다.
최근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국민 지식인' 장 도르메송과 '프랑스의 엘비스'로 불린 전설의 록스타 조니 알리데(영어식으로 '조니 할리데이')가 잇따라 별세하자 마크롱이 장례식에 직접 참석해 애도했다.
오독사 외의 다른 여론조사들에서도 마크롱의 상승세는 확실히 읽힌다. Ifop가 지난 8∼16일 유권자 1천9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52%로,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7월(54%) 이후 최고치다.
마크롱의 지지율은 취임 후 '제왕적 대통령' 논란 등으로 석 달 만에 22%포인트(Ifop 조사 기준)나 내려앉는 등 줄곧 하락세였다.
마크롱의 이 같은 상승기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오독사는 전망했다.
마크롱의 '적수'라고 불릴 만한 야당 정치인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제1야당인 공화당의 새 당수로 선출된 로랑 보키에,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정도가 있지만, 마크롱보다 인지도와 지지도가 한참 떨어진다.
최근 들어 프랑스의 경제 지표가 일제히 개선되는 것도 마크롱에게는 호재다.
유럽이 전반적으로 2008∼2009년의 금융위기의 후폭풍에서 벗어나면서 프랑스도 실업률이 차츰 떨어지고 성장전망이 개선되는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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