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꿈 접지 않도록"…파일럿 '先선발-後교육' 전환

입력 2017-12-20 16:00  

"돈 때문에 꿈 접지 않도록"…파일럿 '先선발-後교육' 전환
'자격증 따야 지원'→'선발 후 비행교육'…국토부-항공업계 MOU
저소득층 장학생 연 2명→30명 확대…재단 만들어 1억원씩 대출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앞으로 많은 돈을 들여 비행경력을 쌓지 않아도 항공기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조종사 양성 방식이 '선(先) 선발-후(後) 교육'으로 바뀐다.
또 저소득·서민층 자녀들도 '파일럿의 꿈'을 보다 쉽게 이룰 수 있도록 장학금 등 지원이 확대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관계기관 및 항공사 등과 이런 내용이 담긴 '조종인력 양성체계 개선방안'에 협력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항공사들은 자체 조종사를 양성하기보다 조종 자격을 취득한 뒤 일정한 경력을 쌓은 조종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조종사를 충원하고 있다.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일단 비행시간을 200시간 채워야 하고, 아시아나항공[020560] 등은 250시간, 대한항공[003490]은 1천시간까지 비행 경험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자격을 취득하고 일정 비행시간을 채우려면 2∼3년이 걸리고, 훈련비는 1억∼1억5천만원이 걸린다.
이 때문에 작년 국내 조종사 시장에 1천101명의 조종사가 공급됐지만 국적 항공사 채용은 697명에 그쳤다.
이번 개선방안에 따라 현재 '선 교육-후 선발' 방식인 조종사 수급 체계가 개편된다.
앞으로는 항공사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조종사 훈련생을 선발한 뒤 훈련기관에 이들에 대한 조종사 훈련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훈련 비용 일부(약 2천만원)를 항공사가 부담하거나 대출 보증 등 방법으로 훈련생 개인의 부담을 덜어준다.
아울러 훈련과정을 학점은행제와 연계해 조종사 훈련을 받으면서 최대 80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학사 학위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항공사들이 인력 양성·수급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우수 항공사에는 슬롯·운수권 배분 시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으로 조종사의 꿈을 고민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1년에 2명에게 약 7천만원씩 지원하는 저소득층 대상 '하늘장학생' 제도는 1년에 30명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아울러 조종사 양성 장학재단을 설립해 저소득층·서민층 자녀 등에게 1인당 약 1억원을 대출로 지원한다.
재단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이 출연한 60억원으로 출범한 뒤 공기업, 항공사 등으로부터 추가 출연을 받을 계획이다.
대출을 받은 예비 조종사는 취업 후 매년 2천만원씩 5년이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부는 훈련기 부품 공동구매, 공동정비, 해외 훈련 인프라 활동 등으로 훈련 비용을 절감하고, 훈련기관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26개 조종사 훈련기관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교관·시설·장비 등 요건을 충족한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는 지난 10월 관련 법을 개정하고 내년 10월까지 모든 훈련기관에 정부 기준을 충족시키는 전문교육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기관마다 다른 조종사 훈련·평가가 모든 훈련기관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이뤄지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표준화하고, 전문감독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다.
장만희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항공사, 훈련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사회적 타협을 통해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조종사의 꿈을 가진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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