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부양책탓 亞 자산버블 커져…日주식·호주주택 가격 급등

입력 2017-12-20 16:45  

장기 부양책탓 亞 자산버블 커져…日주식·호주주택 가격 급등
FT "인도 증시 올해 34% 급등..홍콩 집값 2008년 이후 180% 폭등"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지난 10년간 중앙은행들이 쏟아낸 각종 경기부양책이 아시아 지역에서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식과 채권은 물론 가상화폐에도 넘쳐나는 자금들이 몰려들면서 여타 지역보다 이들 자산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거품이 절정을 이뤘던 1989년 마지막 거래일에 사상 최고점을 찍었고 28년이 지난 현재도 이보다 40% 이상 내려간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닛케이 225는 도쿄 증시 1부 상장 종목 가운데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이 높은 225개 종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그러나 이보다 범위를 넓혀 보면 도쿄 증시는 전반적으로 거품에 가까운 활황세를 보여주고 있다.
토픽스 지수는 통상 차분한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19.5%나 상승했다. 토픽스는 1부에 상장된 종목 전체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지수로 도요타, 소프트뱅크와 같은 거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2부 종목을 중심으로 한 TSE2 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은 37.4%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TSE2 지수에 대거 편입돼 있다.
자스닥 시장은 신규 상장 종목이 늘어나고 임금 상승 추세가 소비자 지출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대된 덕분에 올해 들어 과열에 가까운 41.9%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호주에서는 초저금리와 외국인의 진입, 세제 혜택 덕분에 주택시장이 5년째 붐을 지속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의 주택 가격은 지난 5년간 근 70% 상승했다. 2대 도시인 멜버른의 주택 가격도 같은 시기에 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호주 통계국에 따르면 호주 주택의 시가 총액은 올해 9월 현재 6조8천억 호주달러(약 5천637조7천억 원)로 집계됐다. 2012년 3분기와 비교하면 50% 이상 상승한 셈이다.



이는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4배와 맞먹는 것이다. 반면에 GDP 대비 가계 부채도 동반 상승해 현재 선진국에서는 최상위권인 100%를 가리키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풍부한 유동성은 역내 채권시장으로도 흘러들어 갔다. 올해 이뤄진 달러화 채권 발행 규모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회사채는 이달 중순 현재 3천28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가 늘어났다. 발행 횟수도 전년 대비 33%가 582회다.
저금리 상황과 함께 미국 연준(FED)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2%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기업들의 달러화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배경으로 꼽힌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카터 신흥시장 채권부장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각국 기업들이 FED를 바라보고 있지만 아시아 기업만큼은 아니라고 말했다.
인도 증시는 올해 신흥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뭄바이 증시의 대표 지수는 달러화 기준으로 올해 근 34%의 상승률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인도 증시가 내년에도 활황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낙관론에 힘입은 것이다.
인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오션 다이얼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코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시장에 계속 자금이 유입된다면 인도가 여전히 최대의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증시는 내년부터 몇개 주의 의회 선거를 하는데 이어 내후년에는 총선이 잡혀 있는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 코넬 CIO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적 요인에 의한 시장의 변동성을 매수기회로 삼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시세는 2008년 초 이후 무려 180%가 올랐고 계속해서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홍콩 정부 당국자들은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일고 있다고 누차 경고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택 가격은 이미 많은 주민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당국에는 골치 아픈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시장이 과열된 것은 미국의 저금리에서 파급된 결과다. 중국에서 본토에서 밀려드는 자금들도 홍콩의 주택 가격 상승을 거들고 있는 요인이다.


최근 홍콩 은행감독 당국은 금리가 마침내 오르기 시작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씨티은행은 홍콩 정부가 농경지를 주택 개발 지구로 전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내년 하반기에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CLSA 증권의 니콜 웡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주거용 부동산의 약 3분의 2가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와 무관하다는 점을 들어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 당시에 모기지에서 벗어나 있는 주거용 부동산의 비율은 45%였다. 웡 애널리스트는 총저축과 비교한 미상환 모기지의 시가 총액이 사상 최저수준이라는 점도 쉽사리 시장을 전망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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