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대표직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全) 당원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결연한 각오로 국민의당 당 대표 직위와 권한 모든 것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면서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원의 찬성이 확인되면 단호하고 신속하게 통합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면서 통합절차를 마무리한 뒤 새 인물의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만일 당원의 뜻이 반대로 확인될 경우 사퇴는 물론이고 그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만일 전 당원 투표에서 통합 반대표가 더 많을 경우 대표직 사퇴뿐만 아니라 정계 은퇴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전 당원 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일반 당원들의 '당심'을 지렛대로 삼아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중진 의원들을 돌파하겠다는 포석이다. 통합 논쟁이 장기화하면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대로 통합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인 듯하다. 국민의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다른 당과 통합을 하기 위해선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당대회에서 합당 안건을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내 의석 분포상 당장 전당대회를 소집해 통합 안건을 의결하기는 쉽지 않다. 전 당원 투표를 통해 통합을 기정사실로 한 뒤 '당심'을 동력으로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을 추인받는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인 듯하다. 통상 전 당원 투표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 선출 때 하지만 당무위원회가 의결해 회부한 안건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 후 전 당원 투표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당무위원회를 21일 소집했다. 전 당원 투표 안건이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면 27일부터 30일까지 중앙선관위 케이보팅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투표와 ARS 투표 방식으로 전 당원 투표를 하는 방안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전 당원 투표 제안에 대해 호남 중진들은 '전쟁선포' '공작정치'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마디로 당원과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전 대표도 보도자료를 내고 "보수 적폐의 빅텐트로 투항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정동영 의원은 "전 당원 투표 반대운동 내지 저지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안 대표 기자회견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안 대표의 제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터져 나왔다.
이런 기류로 볼 때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설사 난관을 뚫고 통합이 성사되더라도 국민의당 39석과 바른정당 11석이 온전하게 합쳐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양당에서 이탈자가 다수 발생해 현재의 국민의당 의석보다 적은 '마이너스 통합'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원내 제3당과 제4당이 통합해 중도 세력을 강화하는 게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당리당략적 통합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선거가 아닌 정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인위적 통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다만, 원내 제3당이자 국회 의사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통합문제를 놓고 장기간 갈등을 빚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의 의석을, 이어 19대 대선에서 21.3% 득표를 안겨준 국민의 뜻을 헤아려 가부간에 통합갈등을 조속히 매듭짓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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