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이가 좋아" 고충 감내…"출산 긍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필요"
100만명 시대 맞은 다문화 가정도 다둥이 대열 합류…출생아는 계속 감소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그저 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다둥이 가정이 많다.
이들에게 아이들이란 '해피 바이러스'다. '하늘이 주는 대로' 출산하는 가정이 더 많은 이유다.
보육과 육아 과정이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지만 이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다둥이로) 얻는 게 더 많다"고 말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100만명 시대를 맞고 있는 다문화 구성원들도 다둥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16년말 통계청 기준 다문화 가정(혼인 관계의 외국인이나 귀화한 사람이 있는 집)은 31만6천가구에 96만3천명이다.
안타까운 건 다문화 출생아 수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2012년 2만2천908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더니 2015년(1만9천729명) 1만명대로 내려앉았다. 2016년(1만9천431명)도 전년보다 298명(1.5%) 감소했다.
다문화 가정에서도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여건이지만 역시 '아이가 좋아서' 다산의 고충을 감내한다고 말한다.
◇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요"
부산 동구에 사는 김연주(48)씨는 5남 3녀를 뒀다. 아이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다.
유치원생인 막내가 태어나고 몇년 뒤 허리 질환이 심해져 퇴직한 남편 몫까지 홀로 8남매를 건사하는 그는 '슈퍼 맘'이다.
고생도 참 많았다.
국밥집과 중국집 등 외국인 근로자도 기피하는 소위 3D 업종에서 주로 일했다.
김씨의 인생 역정은 얼굴에 주름으로 녹아 있지만 자녀 이야기를 할 때면 어느덧 천사 미소로 덧씌워진다.
그래서인지 자식 자랑은 끝이 없다.
장남인 김수찬(25)씨는 유망 프로농구 선수가 됐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울산 모비스에 입단했다. 지금은 상무에서 군 복무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넷째 태완(16)군도 서울 용산고에서 농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요리사가 꿈인 여섯째 가영(13)이는 바쁜 엄마와 고3 셋째 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돕는다. 유치원 막내도 돌본다.
김씨는 "부산에서 아들 농구경기가 열리면 온 가족이 출동해 한바탕 응원전을 펼치는데, 너무 행복하다"며 "아이들이 바르고, 착하게 자라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부산 수영구 광안1동에 사는 함영복(52) 목사와 전미라(50)씨 부부는 다섯 아이를 뒀다.
이들 부부는 첫째(22·여)와 둘째(18)를 낳은 이후 셋을 입양했다.
셋째(17), 넷째(11·여)는 각각 생후 10개월 때, 다섯째(8)는 네살 때 가족이 됐다.
공개입양을 택해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면 입양 사실을 알렸다.
이 다둥이 가정은 함씨의 어린 시절 소원에서 비롯됐다. 물론 아내 전씨의 전폭적인 동의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함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좋은 가정을 이루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키울 능력은 안 되지만 누군가에게 부모가 된다는 게 그 아이가 자라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조경업체 대표 조병상(50)씨는 7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다.
그는 자녀들과 함께 8년째 향긋한 빵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나눔의 가치'를 다둥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제빵기술을 갖고 있던 그의 선행은 막둥이 딸(8) 때문에 시작했다.
그는 막둥이를 낳아 너무 기뻤고 이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 구청에서 준 출산 축하금으로 빵 나눔 봉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 가족은 매달 한 차례씩 인천 서구 연희동주민센터가 빌려준 회의실에서 빵 400여 개를 직접 구워 소외계층과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 100여 가구, 가까운 노인정 3곳에 배달한다. 자원봉사자 20∼30여 명이 함께한다.
아이를 워낙 좋아해 "자녀 11명을 낳기로 했었다"는 그는 "아내 건강이 염려돼 이젠 접었다. 7남매면 소원을 이룬 셈 아니냐"며 웃었다.
그는 가족 건강을 새해 소망 첫손가락에 꼽았다. 또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목표를 찾고 가족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얘기했다.
◇ "한명 한명 소중하게 키우는 것도 애국" 우크라이나 4남매 아빠
우크라이나에서 온 안드레이 리트리노브(33·Andrii Litvinov)씨는 4남매의 아빠다.
자신의 아이들 같은 다문화 아이 150명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다문화 대안학교인 '광주 새날학교'의 한국어 보조교사다.
그는 무척 바쁘다.
자신의 자녀들뿐 아니라 한국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밤낮없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끝나면 광주고려인마을에서 방과 후 교육 자원봉사도 한다.
킥복싱 선수의 꿈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안드레이씨는 오히려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력한다.
안드레이씨와 아내 김주실(31)씨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생명을 계획하기보다는 아이를 선물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며 "아이들이 밝고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한 명, 한 명이 우리에겐 큰 기쁨"이라고 다산 이유를 밝혔다.
안드레이씨는 "늦은 밤 집에 돌아가면 만 6살 딸 안젤라와 5살 노아, 3살 바울, 돌쟁이인 요나단이 항상 와글와글, 싱글벙글하다"며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피곤함이 싹 가시고, 슬픈 마음도 풀어진다"고 헤벌쭉 웃었다.
제한된 소득으로 힘들고 불편하긴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단다.
안드레이씨는 "가치관이 비슷한 아내를 만난 덕분에 경제적 형편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며 다른 아이들도 도우며 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다둥이 가정에 대한 국가 정책을 전혀 모른다.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는 만큼 다문화 가정을 위한 별도의 홍보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이가 기저귀를 떼는 3∼4살까지는 집에서 부모와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육아휴직 제도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지원책을 제안했다.
그는 새해 소망을 묻는 말에 의미있는 애국론을 꺼냈다.
"애국이라는 게 군대 가서 총 들거나 올림픽 나가 메달을 따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국민을 한 명 한 명 키워 나가는 것도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애국"이라며 "자부심을 갖고 애국자구나. 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화이팅하면 좋겠다"고 했다.
◇ "노산과 장애, 두렵지 않아요"…'삶의 선물' 아이들
부산 사상구에 사는 일본인 사또 미오꼬(52)씨는 1995년 남편 이기선(58)씨와 결혼했다. 2남 2녀를 낳아 20년 넘게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는 넷째 아들을 출산할 때 40대 중반, 노산의 위험성이 우려됐다. 의사도 출산을 만류했다.
사또씨는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며 "오로지 좋은 생각만 하며 임신 기간을 보내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느라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마음과 몸이 고생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게 컸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새해에는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정부나 지자체도 이런 부모들을 위해, 특히 다자녀 가구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동취재 = 손형주 변지철 김재홍 장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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