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담 스님 "처절했던 소요·청매 보면서 오늘의 불교 반성"

입력 2017-12-20 19:06   수정 2017-12-20 19:09

학담 스님 "처절했던 소요·청매 보면서 오늘의 불교 반성"
소요태능·청매인오 선사의 선시 해석한 문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소요태능 선사와 청매인오 선사를 보면서 오늘의 불교를 반성했습니다. 요즘 스님들이 너무 편하게 살잖아요. 쉽게 말하면 참선으로 먹고살기도 하고……. 그에 반해 처절하게 살았던 스님 두 분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는 것이죠."
학담 스님이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두 고승,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 선사의 선게(禪偈)집 '소요태능선사를 다시 노래하다'와 청매인오(靑梅印悟, 1548~1623) 선사의 문집 '푸른 매화로 깨달음을 도장 찍다'를 함께 펴냈다.
두 권의 책은 각각 632쪽, 904쪽에 달할 정도로 두툼하다. 600수에 달하는 선시를 번역한 내용뿐 아니라 스님 해석을 담은 평창(評唱·상세한 해설과 비평), 선시에 답하거나 칭송하는 '평창송'(評唱頌)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학담 스님은 2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책 집필 배경과 과정 등을 밝혔다.
"머릿속에 원효와 천태만 들어 있었다"는 학담 스님이 '학담평석 아함경'에 이어 다시 고된 작업에 나선 것은 연곡사 주지인 원묵 스님의 제안 때문이다. 12책 20권 1만1천 페이지에 달하는 '아함경'을 집필하는 4년간 그는 "생과 사 경계에 있었다"고 토로했다.
"출가인생 반세기를 집대성한 책을 발간하기 직전에 어떤 일이 있있어요. 원효를 써보려 했는데 브레이크가 걸리니 좀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그때 원묵 스님이 연곡사 도량불사와 관계된 스님인 두 선사의 문집을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학담 스님과 마주앉은 원묵 스님은 "두 분은 조선조 불교를 대표하는 큰 스님"이라면서 "중생들이 가장 핍박받고 불교도 탄압받던 상황에서 치열한 삶과 구도행, 그리고 자비행을 보여줬던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학담 스님은 소요 선사는 일반론적인 불교관을 토대로 경전을 많이 인용했으나, 청매 선사의 글은 훨씬 독창적이고 난해해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교 쪽에서는 스님들을 사회적으로 '팔천'으로 만들었잖아요. 청매 선사가 거기에 저항하는 뜻에서 최고로 어려운 게송을 쓰지 않았나 싶어요. 중국 고사를 인용한 것이 많은데 처음에는 봐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 생각하고 고민할 때가 많았습니다."
청매 선사는 묘향산에 머무르던 중 임진왜란 발발 소식을 듣고 직접 갑옷을 걸쳤다. 그의 글은 내용에서도 매우 자유롭다.
학담 스님은 "청매 스님은 전쟁 참상도 거침없이 담았고 여기에서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조정에서는 북 치고 노래 부른다는 내용을 쓰기도 했다"라면서 "역적모의로 죽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두 책은 불교전문 출판사인 푼다리카에서 출간됐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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