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 저출산 정책 '사실상 실패'…"양육은 국가·사회가 맡아야"
대입·취업 특별전형, 등록금 지급, 사교육 대체 프로 등 파격 지원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는 애 안 낳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한가지 방안으로 '다둥이 가정'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와 지자체가 돈만 주는 단순 지원에서 벗어나 진학, 취업 인센티브 등 피부에 와 닿는 파격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둥이 가정 구성원들은 무엇보다 '가족 건강과 화목, 행복, 추억만들기'를 새해 희망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다둥이 가정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새해에는 보육과 교육 등 실제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지원책이 시행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놨다.
◇ 세계 꼴찌 출산율 '어떡하나'
지난해 10월 출생한 아기 수가 또 3만명을 밑돈 2만7천900명에 그쳤다.
10월 기준으론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소이고, 월간 기준으론 역대 두번째다. 2016년 12월 2만7천400명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 40만명대 미달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재작년 12월부터 10개월간은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계속되는 등 급격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줄었다.
여기에 합계출산율 또한 1.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국은 가임 여성 숫자가 급격히 줄고 첫째 아이 출산 시기도 늦어져 합계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금껏 200조 안팎을 쏟아부으며 추진한 저출산 대책이 사실상 실패했고, 인구절벽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너도나도 출산장려금…효과는 '글쎄'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 해당 가정의 체감 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다.
경기 지역의 경우 31개 시·군 모두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지급 대상이나 지급액은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김포, 여주, 양평, 연천 등 4곳은 첫째 자녀부터 준다. 17개 시·군은 둘째 자녀부터, 나머지 10개 시·군은 셋째 자녀부터 지급한다.
셋째 자녀의 경우 고양, 의정부, 시흥 등은 50만원을 주는데, 양평, 가평, 연천은 500만원을 지원한다.
안타깝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기도는 2012∼2016년 각종 사업에 15조6천86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에도 119개 사업에 5조5천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도내 합계출산율은 2012년 1.35명, 2014년 1.24명, 지난해 1.19명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작년 출산장려금을 360만∼1천만원으로 대폭 늘린 전북 진안군의 인구는 2013년 2만7천6명에서 지난해 2만6천1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만족도가 낮다는 조사도 나왔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1월 19일 낸 '다자녀 가정의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다자녀 가정 어머니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출산장려금에 대한 만족도는 27.0%에 불과했다.
◇ 눈에 띄는 신(新) 출산장려책…셋째 이상 대학등록금 지원 등
충북도는 전국 처음으로 '행복결혼 공제사업'을 올해 시행한다. 중소기업의 장기근로와 결혼을 장려하려는 양수겸장의 특별시책이다.
미혼 근로자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5년 이상 근속하며 결혼하면 최고 4천200만원의 목돈을 받는다. 근로자가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면 도와 시·군, 기업체가 10만∼2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강원도는 자녀출산 임산부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
첫째 출산 시 15만원, 둘째 20만원, 셋째 30만원이다. 첫 출산이면서 쌍둥이를 낳으면 35만원을 받는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5년간 2조7천억원을 들여 현재 1.1명인 합계출산율을 1.4명까지 끌어올리는 '아이·맘 부산 플랜'을 시행한다.
출산지원금 확대, 초등학교 입학 둘째 이후 자녀에게 20만원의 입학축하금, 세 자녀 가구 상하수도 요금 감면, 신혼부부 및 다자녀가구 주택 특별공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강원도 화천군은 내년부터 셋째 애 이상 자녀의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한다. 등록금 지원액에도 한도를 두지 않고 부모의 소득분위 등도 상관하지 않고 실제 납부 등록금의 100%를 준다.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실제 효과가 주목된다.
전남 장흥군은 결혼장려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을…대입·취업 특별전형 필요
전문가들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둥이 가정 지원은 실효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각종 지원책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사회학과)는 "한 명만 낳자는 생각이 굳어진 사람에게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해도 출산율을 높이기 힘들다"며 "여전히 셋째 아이 이상을 낳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들을 위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국내 출생아 수 가운데 10%가량을 차지하는 셋째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 '다둥이 특별전형'을 하고 이들이 취업할 때도 공공 부문에서 일정 비율을 특별전형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구체안을 내놨다.
"돈이 들어가는 어떤 출산장려책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최 교수는 "물론 사회적 합의는 필수"라고 지적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는 사람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면서 "지자체가 지속해서 다둥이 가족을 지원하기 힘든 만큼 중앙정부가 지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 이병호 연구위원은 "다자녀 가정 지원정책이 절실한데, 중앙정부와 광역 지자체가 열심히 노력하는 기초 지자체에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지자체 출산지원 담당 공무원들도 다둥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병철 춘천시 출산보육과장은 "셋째 아이부터 소요되는 모든 양육비용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춘천시는 셋째 아이부터 고등학교 학자금·대학진학 시 100만원 장학금 지급, 자동차구매 시 취득세 감면 등 다둥이 자녀 확대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제 국가와 사회가 맡아 하는 발상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재호 구미시 인구정책계장은 "다둥이 가정에 상수도 요금, 승마체험, 공공기관 시설 등에 대한 할인혜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둥이 가정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10남매 다둥이 엄마 김용미(43)씨는 사교육을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질적으로 향상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모 소득이 있더라도 다자녀 가족에게는 장학금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천에 사는 7남매 다둥이 아빠 조병상(50)씨는 "다둥이 가정은 보육과 교육에 큰 짐을 질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정부가 그에 걸맞게 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세워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함영복(52·목사)씨는 출산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젊은이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이를 낳은 가정에 정부와 지자체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 이상학 이승민 최은지 김재홍 박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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