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간선거 앞두고 국정 동력 발판…안팎 난제 첩첩산중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법인세 대폭 인하 등 감세법안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후 사실상 첫 '입법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거대한 감세로 미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기겠다"고 공언해오며 강하게 밀어붙여 온 감세안이 격랑의 취임 첫해를 마무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셈이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의 칼날이 숨통을 죄는 데다 내년 중간선거 풍향계로 여겨온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배,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국정 동력 확보에 재시동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이번 감세안의 통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주요 입법 승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오바마케어(ACA·현행 건강보험법) 폐기 시도가 친정인 공화당 내 자중지란으로 잇따라 실패하고 국경장벽건설, 이민 개혁 등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는 등 대표적인 '트럼프 어젠다'가 번번이 좌절된 와중에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감세안에는 오바마케어의 핵심 근간인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오마바 케어 폐기 효과를 부분적으로나마 이룬 측면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감세안이 상원을 통과한 직후 올린 트위터 글에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세 및 세제 개혁안이 막 상원을 통과했다"며 "끔찍한 '전 국민 의무가입'(오바마케어)도 폐지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안으로는 트럼프 표 개혁안 추진을 통해 국정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는 한편으로, 밖으로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으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을 둔 외교·안보 정책으로 국제사회 패권 경쟁에서 최강자의 지위를 지켜나가기 위한 쌍끌이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간선거의 승리와 재선 교두보 구축을 위한 본격 행보가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부 반목과 갈등을 거듭해온 공화당이 감세안 통과 과정에서 모처럼 결속력을 과시,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지역구에서 머무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을 제외한 5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지는 단일대오를 보여준 것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희망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안팎으론 난제가 산적해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안 통과로 입법 승리를 기록하게 됐지만, 다른 어젠다들이 연쇄적으로 탄력을 받게 될지,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의 입지를 탄탄하게 해줄지 등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앨라배마 선거 패배로 상원 의석수가 51석으로 한 석 줄어 입법 동력이 훼손된 것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놓고 국내 분열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감세안을 두고도 "부자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아 감세안 처리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도 북핵 사태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선언에 따른 반발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국제 질서 재편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도 대응해야 한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전면에 내건 잇단 행보로 국제적 마찰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익도 챙기면서 국제사회에서 기존 '미국의 힘'도 유지하는 일거양득의 쉽잖은 과제를 어떻게 관철해갈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 첫 시험대가 미국의 안보와 복잡한 국제역학 등이 얽혀 있는 대북 대응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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