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기자간담회서 시국 메시지…"남북 직접 만나는 것이 평화의 최선 해법"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21일 "적폐청산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분야에서 드러난 공정하지 못한 내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적폐청산으로 거론하는 내용이 터무니없는 것들이 아니지 않으냐"며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드러난 공정하지 못한 것들을 바로잡자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는 "적폐로 지적된 내용에 대해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고 나라의 국부 유출도 있어, 젊은이들이 정직하게 일하고도 공평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헬 조선'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만 청산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어떤 사람이 그 위치에 있더라도 유혹을 받지 않도록 보완하는 것이 적폐청산의 열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최근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인간 생명의 가치를 보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남북한·동북아시아 평화 증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실험하고 핵에 매달리는 것은 전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대화를 요구하는 적극적인 표현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적이 있다"며 "전쟁이 나면 자신들이 멸망한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는데, 대화하되 동등한 위치에서 하고 싶다는 뜻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북관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미·중·러·일 등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일단 남북이 직접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며 "우선 종교인과 민간인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뢰를 쌓는 것은 정치적인 계산과 복선을 깔고 하면 절대로 형성할 수 없다"며 "민간인과 종교인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할 때 벽돌 한장 한장 쌓아 올리는 것처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논란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남북 대치 상황이 만들어낸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현실에서 5·18특별법을 반대하고 남북대화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세력과 연대한다는 것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낙태 문제와 관련해 "'모든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으로 보호돼야 하고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라는 한국천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입장을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태아의 생명을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부모가 자녀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것이 정당하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생명을 마음대로 하게 되면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에 빠져들게 돼 생명에 대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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