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남의 목숨 먼저'…사건사고 현장 용감한 시민들

입력 2017-12-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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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남의 목숨 먼저'…사건사고 현장 용감한 시민들
경찰청, 범인 검거·인명구조 기여 20명 선정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난 9월2일. 보험회사 소속 견인차 운전자 김도현(38)씨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휴게소 인근에서 사고가 났다는 고객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고는 고속버스가 앞서 가던 다른 고속버스를 추돌하면서 발생했다. 첫 충돌 여파로 앞서 가던 승합차와 또 다른 고속버스가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현장에 도착한 김씨의 눈에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첫 추돌을 일으킨 고속버스 운전사는 이미 숨졌고, 버스 출입문이 파손되는 바람에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피를 흘리는 승객도 보였다.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었다.
김씨는 자신을 부른 고객을 먼저 신속히 안전조치한 뒤 "버스에 갇힌 사람이 많아 빨리 구해야겠다"며 고객에게 양해를 구했다. 고객은 흔쾌히 승낙했고, 김씨는 견인차를 버스 창문 아래쪽에 댔다.
안에서 승객 누군가가 견인차 쪽 창문을 깨자 탈출구가 열렸다. 창문 위치는 바로 뛰어내리기에는 다소 높았지만, 김씨가 견인차를 대고 부축까지 한 덕분에 승객들은 견인차를 발판 삼아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김씨는 21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엉망이 된 현장에 도착해 보니 버스 출입문은 열리지 않고, 안에는 심하게 다친 승객도 있어 먼저 구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고객이 이해해주신 덕분에 조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김씨를 포함, 올 한해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범인 검거나 인명 구조에 공을 세운 시민 20명을 '2017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하고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선정된 '용감한 시민' 가운데는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울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범죄나 사고 현장에서 적극 행동한 이들이 많다.
경기도에 사는 음식점주 최상우(40)씨는 오전 3시께 차량을 몰고 장을 보러 새벽시장에 가는 도중 집 근처로 소방차가 출동하자 황급히 집 쪽으로 차를 돌렸다. 집에 딸이 혼자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집 근처 원룸 건물 2층의 한 호실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본 최씨는 차를 세우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이 난 호실에서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살려달라"는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외벽 가스배관을 타고 4∼5차례 오르내리며 안을 살폈지만 연기가 워낙 심해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다른 쪽 창문에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최씨는 다시 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깨고 그를 끌어냈다.
끌어내는 도중 다행히 소방차량이 도착했고, 구조 과정에서 연기를 많이 들이마신 최씨는 이후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깨어났다.
이밖에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흉기 범죄자를 제압한 업주, 비명을 듣고 달려가 성폭행 피의자를 검거한 청년, 만취운전자의 역주행을 버스로 가로막아 대형사고를 막은 50대 남성도 '용감한 시민' 반열에 올랐다.
이들에게는 이철성 경찰청장 명의의 감사패와 선물이 제공됐다.
이철성 청장은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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