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임수정 기자 = 가요계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으로 해외 시장 다변화를 꾀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K팝 그룹들은 일본과 대만, 홍콩,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로 발 빠르게 발길을 돌려 생명력을 이어갔고,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는 각각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새 기록을 내며 K팝 한류를 되살렸다. 중국 활동이 막힌 사드 정국에도 K팝의 시장성을 재확인한 가요계는 이달 중국이 사드 갈등에 따른 보복조치를 사실상 철회함에 따라 내년 K팝 시장이 한층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클래식 음악계도 올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을 쌍두마차로 세계 시장에서 K팝 못지않은 위상을 드높였다. 조성진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선우예권은 미국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해외 유명 클래식 스타들과의 교류도 잇따르고 있어 내년 세계 무대에서 K클래식의 전망은 밝다.
◇ 'K팝 대표주자' 방탄소년단·트와이스…"내년 중국활동 재개 기대로 낙관적"
방탄소년단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2012년 싸이 이후 가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두 가수 모두 전략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지 않은 점은 공통되지만, 싸이는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삽시간에 해외 누리꾼의 화제가 되며 단번에 '벼락스타'가 됐다면,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 이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친근하게 소통하며 팬을 다졌고 음악적인 공감이 극대화되면서 올해 팬덤 '아미'의 응집력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이들은 지난 9월 출시돼 판매량 142만장을 돌파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Her)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7위에 진입하며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11월 공개한 '마이크 드롭'의 리믹스 버전도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28위로 첫 진입해 K팝 그룹 최고 기록을 냈다.
이들은 또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K팝 그룹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으며,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을 펼친 뒤 미국 ABC, NBC, CBS 등 방송사들의 인기 토크쇼에도 초대됐다.
트위터에서 한국 계정 최초로 1천만 팔로워를 돌파한 이들은 팬덤이 세계에 고루 포진돼 있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마이크 드롭'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한 나라별 비율(지난 3일 기준)은 미국이 12%, 베트남이 8.1%, 한국이 6.1%, 브라질이 6.0%, 필리핀이 5.3%,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각 5.2% 등 미국과 아시아, 남미를 아울러 높게 나타났다.
걸그룹 중에는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로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시장에서 2010년 소녀시대와 카라 이후 새 바람을 일으킨 트와이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6월 일본에서 데뷔한 이들은 '오리콘 연간 랭킹 2017'에서 음반 총 매출 15억4천만엔(한화 약 146억7천만원)으로 신인 아티스트 토털 세일즈 1위, 일본 데뷔 베스트 앨범 '#트와이스'로 신인 아티스트 앨범 랭킹 1위, 일본 첫 싱글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으로 신인 아티스트 싱글 랭킹 1위를 기록하며 해외 여성 아티스트 사상 처음으로 신인 부문 3관왕에 올랐다. 일본의 여자 중고생 사이에서 'TT' 춤과 패션을 유행시키는 신드롬을 낳은 이들은 31일 일본 대표 연말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한국 가수로는 6년 만에 초대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두 팀 외에도 빅뱅의 태양, 세븐틴, 몬스타엑스, 카드, 비에이피 등이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K팝의 파이를 키웠다.
중국에서 한국 가수들의 활동이 '올스톱'된 어려움에도 뚜렷한 성과를 낸 가요계는 내년 중국 활동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며 K팝 시장을 밝게 전망했다. 특히 방탄소년단과 엑소에 이어 워너원, 갓세븐, 세븐틴, 몬스타엑스 등 해외에서 상승세를 탄 팀들이 여럿이어서 새로운 스타 탄생도 기대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활동이 원천봉쇄 수준이었던 중국 시장이 내년 초 완충기를 거쳐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K팝 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공연과 팬미팅, 방송과 광고 활동 재개를 위해 이미 중국 측 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내년에는 K팝 가수들이 한층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 'K클래식 쌍두마차' 조성진·선우예권…'콩쿠르 스타' 넘어 '세계 무대'로
세계로 뻗어 나간 'K클래식'의 위용도 위풍당당했다. 한국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낭보가 계속 이어졌다.
각종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가운데 세계 유명 공연장·오케스트라의 러브콜까지 받으며 '글로벌 클래식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단연 그 선두에 섰다.
조성진은 지난 2월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 공연을 치른 데 이어 지난달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 무대도 가졌다.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조성진을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음색으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한국인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정경화 등으로 극히 드문 가운데 조성진은 이 오케스트라의 선택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피아니스트로 기록됐다.
조성진과 함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도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선우예권은 지난 6월 미국 최고 권위의 피아노 대회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차이콥스키·쇼팽·퀸엘리자베스에 견줄만한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다.
콩쿠르 우승자에게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그의 내년 연주회는 벌써 100여 회가 잡힌 상태며 향후 약 3년간 스케줄 표가 이미 빼곡하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은 지난 9월 독일 최고 권위의 음악 콩쿠르인 '제66회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으며, 피아니스트 홍민수는 지난 10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2017 제11회 프란츠 리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굵직한 콩쿠르를 모두 휩쓸었다.
해외 유명 클래식 스타들과의 교류도 잇따르고 있다.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조성진은 내년 4월 세계적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 공연하고,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내년 6월부터 폴란드를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벨기에 등을 돌며 듀오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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