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엄마부대 등 무더기 수혜…'메신저' 비서관들도 공소장 적시
전경련이 자총·향군·경우회 지원에 난색 보이자 靑 "대신 10곳 더 해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고동욱 기자 =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자금 지원에 따라 최근 3년간 매년 적게는 21곳, 많게는 31곳의 보수단체가 수천만원 혹은 억대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이어진 지원으로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애국단체 총협의회, 청년이 여는 미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국대학생포럼, 월드피스 자유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총 69억여원의 금전적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지난달 구속기소 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은 2013년 12월 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좌파들은 잘 먹고 잘사는데 우파는 배고프다"며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허 전 행정관은 자신이 몸담았던 뉴라이트 보수단체 시대정신 계열의 차세대문화연대,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바이트, 스토리케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이 포함된 15개 단체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억원을 지원토록 한다는 계획을 짰다.
어버이연합, 국민행동본부, 애국단체총협의회 등도 자금을 지원받을 단체로 꼽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지원 단체는 전경련과 협의를 거치며 더 늘어났다.
당시 전경련이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경우회 등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자, 청와대에서는 이를 대신해 엄마부대, 월드피스자유연합, 한국대학생포럼 등 10개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전경련은 2014년 21개 단체에 약 23억9천만원을 지급했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시발점이던 '어버이연합 의혹'도 검찰 수사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났다.
이 사건은 경실련이 지난해 4월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기독교 선교복지재단 계좌로 수억원을 우회 지원했다"며 수사 의뢰하면서 수면 위로 나타났다.
검찰은 2014년 2월 지원금이 어버이연합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사단법인 벧엘복음선교복지재단 명의의 은행 계좌로 입금됐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보수단체 지원은 규모 면에서 2015년 절정을 이뤘다.
청년·대학생단체 등에 자금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본 청와대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승인을 거쳐 전경련에 31개 단체 40억원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실제로 이 해에 전경련은 31곳에 35억여원을 지급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챙긴 단체로는 시대정신 계열의 차세대문화연대, 한국대학생포럼,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 등이 있었다.
이듬해인 2016년 청와대는 더 늘어난 40개 단체 40억원 지원을 계획했다.
그러나 4월 '어버이연합 의혹'이 터지자 전경련이 지원을 잠정 중단하는 등의 영향으로 실제 이뤄진 규모는 월드피스 자유연합 등 23개 단체 10억7천여만원으로 줄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지원이 중단된 시기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여론 등 상황이 진정되면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경련에 전달해 지원 재개를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청와대의 압력이 가해지자 전경련은 '청년이 여는 미래'에 즉시 3천만원을 입금하는 등 하루에만 보수단체들에 1억원을 전달하는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작년 10월까지 이어진 보수단체 지원 과정에 관여한 다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모두 공범 관계라고 판단했다.
지원을 지시하고 보고받고 승인한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박준우·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은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청와대의 뜻을 전경련 측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청와대 소통비서관도 공범으로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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