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주 총리마저 "가스실 같다"고 탄식한 인도 수도 뉴델리의 극심한 대기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물대포를 동원했다.
하지만 현지 주요 언론들은 실질적 오염 감소 효과가 없었다며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21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델리 주정부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뉴델리 동부 아난드 비하르에서 1시간 동안 물대포를 시험 가동했다.
인도 '클라우드 테크'에서 만든 이 물대포는 대당 가격이 3만1천 달러(3천350만 원)로 대형 트럭 위에 초대형 헤어드라이어처럼 생긴 물 분사기로 물탱크의 물을 미세하게 뿌리는 장치다.
이 물대포는 반경 100m 이내 지역에 분당 최대 100ℓ의 물을 0.001∼0.05㎜의 미세 입자로 45m 위 하늘로 흩뿌려 대기 중의 먼지를 흡착해 떨어지게 한다고 클라우드 테크 측은 설명했다.
임란 후사인 델리 주 정부 환경장관은 "물대포 실험이 성공적으로 판명되면 가능한 한 빨리 거리에 배치해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물대포 가동으로 오염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PM2.5(지름 2.5㎛(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물대포가 가동되던 1시간 동안 444㎍/㎥에서 421㎍/㎥로 조금 감소했지만, 가동을 멈추자 1시간 뒤 476㎍/㎥로 올랐으며 오후 3시에는 527㎍/㎥까지 올라갔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지적했다.
PM10(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 농도 역시 물대포 가동 시간에는 630㎍/㎥에서 608㎍/㎥로 감소했지만, 가동 중단 후 급격히 오염이 심화해 이날 오후 3시에는 873㎍/㎥를 기록했다.
더구나 이날 시험가동에는 기존 전력선을 이용했지만 이동하면서 물을 뿌리려면 별도 발전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현재 이 장치에 사용할 수 있는 발전기는 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내년 3월까지 시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디젤 발전기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1면에 물대포 가동 사진을 실으면서 "스모그 방지 대포가 헛방을 쐈다"고 비꼬았다.
클라우드 테크는 "물대포는 어쩔 수 없을 때 쓰는 해법"이라며 물대포 한두 대로는 오염 해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고 30∼40대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수닐 다히야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물을 뿌리는 것보다는 오염원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몇몇 회사의 사업거리를 만들어주기보다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오염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뉴델리는 지난달 초 PM2.5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PM2.5 일평균 오염기준치 25㎍/㎥의 40배인 1천㎍/㎥가 넘어 시내 6천여 개 학교가 5일간 휴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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