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ABTB 인터뷰…"CD가 아닌 LP로 음반 낼 것"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홍대 어벤저스'라 불리는 하드록 밴드 'ABTB'(Attraction Between Two Bodies)가 최근 새 싱글 '무임승차'로 돌아왔다.
'닥쳐 집어쳐 니 말은 틀렸어/ 반대 구호는 처리해 잔인하게/ 같은 소리를 영원히 짖어대/ 텅 빈 머리에' 직장인들의 체증을 쑥 내려주는 가사,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과 사납게 휘몰아치는 두 대의 기타 연주는 정신을 아찔하게 한다.
이들은 지난해 밴드명과 동명의 1집을 내놓을 때부터 화제였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박근홍(보컬·40), 쿠바의 강대희(베이스·43), 한음파의 장혁조(드럼·41), 바이바이배드맨의 곽민혁(기타·26), 해쉬의 황린(기타·21)이라는 각자 밴드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대표주자가 뭉쳤다는 것 자체가 팬들을 가슴 뛰게 한다.
ABTB는 내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음악을 CD에 담지 않고 디지털 음원과 바이닐(LP)로만 내기로 한 것. 1집 'ABTB'에 새 싱글 '무임승차'와 '이중사고' 두 곡을 추가해 LP를 만들었고, 내년 1월 중순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2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ABTB를 만났다.
ABTB는 내년 1월 27일 오후 6시 홍대 하우스 오브 레드락에서 콘서트를 연다.
다음은 ABTB와 일문일답.
--왜 디지털 음원과 LP로만 앨범을 내기로 했나?
▲이제 CD를 듣는 분들 자체가 많이 없지 않나. 팬들도 CD를 사서 비닐도 안 뜯고 소장용으로 두더라.(웃음) 무엇보다 CD는 고음은 잘 전달하지만 저음에는 약하다. 베이스, 드럼 등 리듬 세션이 중요한 록 음악에 저음에 강한 LP가 더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록은 학습이 필요한 장르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각 악기의 사운드가 바로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음악에 여러 장치를 마련해서 LP로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나 '월리를 찾아라'처럼. (박근홍, 이하 박)
--1집 때보다 올해 낸 싱글 '무임승차', '이중사고'에서 사운드가 더 강렬해진 것 같다.
▲ 1집 정규앨범이 날것의 소리라면 새 싱글들은 풀메이크업을 받은 얼굴과 마찬가지다. 악기 하나하나에 풍부하게 사운드를 잡았다. 그래서 소리가 쏟아지듯이 들릴 것이다.(강대희, 이하 강)
▲ 외연을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이중사고'에는 여성 코러스를 넣어서 발라드같이 만들고, '무임승차'는 평소보다 훨씬 센 스타일로 만들어 봤다.(박)
--각자 활동하던 밴드와 ABTB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 게이트 플라워스는 자유방임에 가까운 사운드를 추구했다. ATBT는 그보다 정교한 연주를 한다. 좀 더 꽉 죈다고 할까.(박)
▲ 여러 밴드를 해왔지만, 여기선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정말? 이게 정말 최선인가?' 라고.(강)
▲ 한음파보다 ABTB가 좀더 직설적이다. 한음파는 말할 때 한번 돌려서, 비유해서 한다면 ABTB는 쫙 뻗어 가는 느낌. 직선적인 스타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장혁조, 이하 장)
▲ 해쉬는 팝을 기반으로 록을 한다면, ABTB는 록을 기반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한다.(황린, 이하 황)
--결론적으로 ABTB 음악만의 매력이 뭔가.
▲ 불끈불끈 하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 듣다 보면 '으아! 공연장 가서 뛰고 싶다!' 싶은 것. 이런 사운드를 내는 건 한국에 우리밖에 없다. 우린 5인조 록밴드라는 정형화된 패턴 안에서도 새로운 걸 보여준다.(장)
--요즘 대중이 록을 많이 듣진 않는다. 장르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있나.
▲ 록을 지켜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면 진작에 포기하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록을 사명감에서 하는 게 아니다. 좋아서 하는 거다. 제게는 록이 음악적으로 가장 완벽하고 완성된 장르다.(박)
--그러고 보니 보컬 박근홍은 로커의 상징인 긴 머리를 잘라버렸다.
▲ 3주 정도 됐다. 2005년부터 길러서 12년간 안 잘랐다. 개인적으로 변화가 필요했다. ABTB가 앞으로 음악적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할 건데, 그 상징으로 잘랐다.(박)
--막내 황린(21)과 맏형 강대희(43)는 무려 22살 차이다. 세대 차이는 없나.
▲ (폭소) 없을 순 없다. 그래도 이 형들이 1990년대 LP로 듣던 음악을 전 2010년대에 멜론으로 들으며 자랐다. 같은 연령대에 같은 음악으로 컸으니 생각하는 게 비슷한 것 같다.(황린, 이하 황)
▲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 음악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그게 우리 팀에 음악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된다.(강)
--'홍대 어벤저스'라는 별명에 만족하나.
▲ 인기도나 유명세로 치면 어벤저스가 아니다.(웃음) 그러나 각자 실력에 자부심이 있다. 그 자부심으로 치자면 '저스티스 리그'쯤 될까?(강)
--2018년 계획을 말해달라.
▲ 우리는 진화에 목말라 있다. 우리 음악을 듣고 '얘네가 여기까지 왔구나, 이다음에는 뭐가 나올까?' 궁금하게 만들고 싶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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