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동등지위' 1년 조건부 허용…2019년 이후 EU 거래소 접근 제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스위스가 뜬금없이 유럽연합(EU)의 금융 분야 자격 제한을 당하게 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공영 SRF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위스는 최근 EU로부터 내년 1월 3일 발효되는 새 금융상품시장지침Ⅱ(MIFID II)와 관련해 증권거래소 분야의 동등지위를 1년만 허용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동등지위는 스위스 증권거래소의 감독 시스템이 EU 기준과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양쪽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는 기본 규정이다.
별다른 단서 조항이나 추가 합의가 없으면 스위스는 EU 각국 증권거래소와 동등하게 인정받는 자격을 2018년 12월 31일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서 EU 투자자들의 이탈은 불가피하다.
스위스의 금융 산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9.1%를 차지했는데 이는 영국이나 독일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UBS, 크레딧 스위스 본사가 있는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 도시이자 유럽 금융 허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예상하지 못한 통보를 받은 스위스는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트하르트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EU의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다른 중요한 부분에서도 양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쪽에 견해차가 존재하더라도 신뢰 분위기 속에서 객관적인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립국인 스위스는 서유럽 내륙 한가운데에 있지만, EU 회원국이 아니다.
수백 개의 지침, 규정을 통해 EU와 교류하면서 사실상 준회원국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2014년 EU 시민권자의 스위스 이민을 제한하는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스위스는 EU 동유럽 회원국에 10년간 13억 스위스프랑(1조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하는 등 '선물'을 안겼다.
융커 위원장의 기자회견 때는 '수표 챙기러 (스위스에) 왔느냐'는 낯뜨거운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융커 위원장 방문 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던 양쪽 관계에 별안간 동등지위 인정문제가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EU가 비회원국인 스위스를 '시범케이스'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역시 브렉시트 협상에서 동등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영국의 금융 산업을 빼 오려는 독일, 프랑스 등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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