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확산 쉽고 풀무 역할, 2층 통로 방화문 대신 유리문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를 키운 주요 원인이 '필로티 구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로 불이 옮겨붙기 쉬운 구조인 데다가 화재 시 1층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다 보니 '풀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22일 소방청에 따르면 제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2층으로 옮겨붙으며 위로 확산했다.
스포츠센터 1층은 기둥으로만 이뤄진 필로티 방식의 건물이다.
고객들이 1층 공간에 차량을 주차하고 2∼3층의 목욕탕, 4∼7층의 헬스장, 8층의 레스토랑을 이용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주차장이 필로티 구조여서 천장을 타고 불이 위로 옮겨붙기 쉬운 구조"라면서 "필로티 구조물이 아니었으면 주차장만 태우고 위로 옮겨붙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막혀있는 건물이었다면 산소를 모두 소진하거나 더 태울 것이 없으면 불이 해당 층에서 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다중건물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를 강력하게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추정이다.
류 교수는 필로티 건물이 '풀무'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방이 뚫린 1층으로 산소가 계속 유입되다 보니 불이 계속 타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필로티 건물의 경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방화문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화재 확산 원인을 찾는다.
김 교수는 "방화벽이 설치돼야 하는 옥내구역과 달리 필로티 건물 1층은 옥내구역이 아니어서 내부로 올라가는 문이 방화문이 아닌 유리문으로 돼 있다"면서 "옥내로 화재가 퍼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이렇게 위로 퍼진 화재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ㄷ'자 입구로 꺾여 들어가게 만드는 사우나의 미로 같은 통로를 만나 피해를 키운 것 같다"면서 "연기나 불이 나면 사람들은 패닉이 오고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탈출로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법이 간단한 필로티 건물은 중소 건설사들에 의해 값싸고 불에 잘 타는 외장재인 '드라이비트'와 만날 확률도 높다.
김 교수는 "2년 전 의정부 화재 때에도 똑같은 부분이 지적됐지만 참사는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필로티 건물은 지난달 경북 포항지진 때도 안전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통상 건물의 하중을 1층이 가장 많이 받게 되고 중량이 기둥과 벽에 분산되는데 필로티 구조는 벽이 없어 상하진동, 좌우 진동에 모두 취약한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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