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사냥에 나섰던 중국 HNA(海航·하이항)그룹이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이유로 미국에서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소속 로버트 피텐저 하원의원 등은 최근 국가안보 패널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HNA그룹의 대미(對美) 투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사 강화 요구에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전에 승인했던 HNA그룹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취소하는 방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요구는 HNA그룹의 IT 자회사인 팩테라(Pactera)에 계열사를 매각했던 미국 네스 테크놀로지스가 HNA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중국 당국과의 유착 의혹을 문제 삼으며 이달 소송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네스 테크놀로지는 당시 "HNA가 거짓되고, 일관성이 없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고의로 제공했다"며 당국에 계약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피텐저 의원은 "네스 테크놀로지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권한을 발동해 향후 HNA그룹의 거래를 중지하고, 이전 인수합의까지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텐저 의원과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발의한 CFIUS 권한 강화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HNA그룹이 조사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WSJ는 전했다.
법안은 CFIUS가 기존 승인했던 계약을 소급 재검토하고, 효력을 중단할 수 있게하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현재 기구는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검토한 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에 이를 허가하지 말 것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돼 CFIUS 권한이 확대되면 기구는 HNA그룹이 이전 체결했던 계약을 소급해 조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앞서 CFIUS는 HNA그룹이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의 기술보급업체인 인그램 마이크로를 6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승인한 바 있다.
HNA그룹은 현재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 보유했던 투자회사 스카이브릿지 캐피털 인수에 대한 승인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HNA그룹은 이런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반박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회사는 "근거없고, 왜곡된 네스의 소송은 HNA가 중국 정부와 유착관계이고, 고의로 CFIUS를 호도했다는 부정확한 주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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