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진드기·곤충, 세균있는 벼룩 등 고생물 연구 가능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과학자들이 공룡을 복원할 때 쓴 것은 호박(琥珀·amber·나뭇진이 굳어 화석으로 된 보석) 속에 갇혀 화석이 된 모기다.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공룡 피를 빤 모기에서 공룡의 DNA(유전물질)을 추출해낸다.
긴 세월이 지나 DNA가 분해되는 만큼, 호박 속에 갇힌 동물의 혈액에서 충분한 유전물질을 추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호박으로 공룡시대에 살았던 고대 생물을 연구하는 연구는 가능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9천900만년 전 백악기 시대 호박에서 공룡의 깃털과 함께 절지동물인 진드기가 발견된 것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 12일(영국 런던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현미경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여러 마리의 진드기를 관찰했는데, 이 중에는 몸통에 피가 가득 찬 것도 있었다.
이 고대 진드기에는 '드라큘라 백작의 무서운 진드기'란 뜻의 '데이노크로톤 드라큘리'(Deinocroton draculi)라는 학명이 붙었다.
세균을 간직한 벼룩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
국내 고곤충학 전문가인 손재천 목포대 연구전임교수는 "약 2천만 년 전에 형성된 도미니카 호박화석에서 흑사병의 원인균인 예르시니아 페티스(Yersinia petis)라는 세균과 유사한 세균이 붙은 벼룩이 발견돼, 지난 2015년 보도된 바 있다"며 "이는 이런 세균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사례를 들었다.
호박에서 에씨오카레노디아(Aethiocarenodea)라는 새로운 목(目·order)의 곤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손 교수는 "이 곤충은 방어용 화학물질을 분비했을 것으로 보이는 분비샘 한 쌍이 있다. 또 180도 회전이 가능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지금의 곤충에서는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드물게 발견되긴 하지만, 호박화석은 곤충의 내부구조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며 "생물 간 관계를 알려주는 것도 있어, 과거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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