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북서부의 한 해안도시가 도심 미관을 해치는 개똥 단속을 위해 시내 중심가에서 개의 분변을 치우지 않는 견주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도입하자 애견인들이 강력 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이탈리아 일간 '일 솔레 24오레'에 따르면 리구리아 주 사보나의 일라리아 카프리올리오 시장은 최근 "도심 주요 거리, 상가가 밀집한 아케이드 등이 개의 생리적인 현상을 위해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법령을 발표했다. 이를 위반하는 사람에게는 50∼500 유로(6만4천원∼64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법령은 "거리에 개똥을 그대로 남겨두고 가는 개주인들의 무례한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사보나 구도심의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카프리올리오 시장은 "벌금으로 걷힌 돈은 지역 애완견 전용 공원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치를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구도심뿐 아니라 사보나 모든 거리와 인도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사보나가 개들에게 점점 더 적합한 도시가 되길 원하지만, 최우선 과제는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깨끗하고, 안락하고, 품위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약 6만 명에 개는 7천여 마리가 거주하는 사보나 시의 이런 조치는 그러나 애완견이 아플 경우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세계 최초로 나올 만큼 개 사랑이 각별한 이탈리아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때와 장소에 상관 없이 필요에 의해 '실례'를 하는 것이 개의 습성이라고 지적하며, 사보나 시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시내 중심가에서 개와의 산책을 금지시킨 것과 다름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
카프리올리오 시장은 이에 대해 "견주들이 즉각 개들의 분변을 수거해 처리할 경우, 개들은 인도가 아닌 곳에 한해 구도심에서도 생리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사보나 시의 새로운 규정은 만약 개가 소변을 볼 경우 물을 사용해 흔적을 씻어내려야 한다는 조항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와 동물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동물복지단체 엔파(ENPA)는 이번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사보나 시내에서 23일 오후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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