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친스키 사면 이면 약속이 민중권력당 10명 기권 유도한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이 복역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카드'로 탄핵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쿠친스키 대통령은 전날 자신에 대한 탄핵 표결을 앞두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 방안을 물밑으로 제시하며 민중권력당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의회 다수당으로 탄핵을 밀어붙인 게이코 후지모리의 민중권력당에서 10명의 기권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이뤄진 표결 결과 전체 130석 중 탄핵 찬성표는 78표로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에 해당하는 87표에 9표가 모자랐는데, 기권표가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애초 지난 15일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탄핵 절차 개시에 찬성한 의원이 가결 정족수를 넘는 93명에 달해 손쉽게 가결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민중권력당 소속 세실리아 차콘 의원은 현지 방송에 출연, "10명의 기권표가 탄핵부결에 도움이 됐다"며 "기권표를 던진 의원 중 일부는 쿠친스키 대통령이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약속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표결이 이뤄지기 전인 전날 오전 쿠친스키 정부는 탄핵을 피하려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야권과 협상하고 있다는 소문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후지모리는 1990∼2000년 재임 시절 자행한 학살과 납치, 횡령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모국이나 다름없는 일본으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2007년 페루로 강제 송환됐다.
그는 2009년에 반(反)인권 범죄와 횡령 등이 인정돼 25년형을 선고받고 12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페루 고등법원은 지난 7월 고령인 점을 고려해 후지모리를 가석방해달라며 가족들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후지모리 정권 시절에 자행된 독재와 인권유린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 그를 사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후지모리처럼 건강이 악화한 고령의 수감자들이 가택연금을 통해 형기를 마치는 법안이 입법된다면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후지모리의 장녀인 게이코가 이끄는 민중권력당은 관련 입법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75세 이상의 늙은 재소자를 가택 연금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된 법안이 발의됐지만, 진척은 없는 상태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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