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맹비난하며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에 밀착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팔레스타인이 이르면 내년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앞두고 영향력 있는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우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미국을 연일 맹비난하며 협상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유혈사태를 종식하고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이 국가를 창설하도록 하는 '로드맵'을 제시했고 이후에도 이-팔 평화협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가장 최근 협상은 2014년에 있었다.
팔레스타인도 그동안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미국이 이끄는 협상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왔다. 미국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립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취임 후 '최후의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면서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팔레스타인의 행보가 빨라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에 급히 특사단을 파견했다.
양국 지도자들이 이-팔 평화협상에 더 큰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특사단에 들어간 살레 라파트는 "유엔의 기치 아래 평화협상 절차를 위한 국제적 지원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중국 특사단은 21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인사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이 기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스 수반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FP, UPI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은 2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은 평화협상에서 정직하지 않은 중재자임이 확인됐다"면서 "우리는 더는 미국이 제시하는 어떤 계획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을 뒤집는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아바스 수반은 또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리는 당신을 신뢰한다"면서 "당신의 노력을 굳게 믿으며 또한 존중한다"고 치켜세웠다.
AFP는 이를 두고 내년 미국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는 평화협상을 앞두고 선방을 날린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이 이-팔 평화협상을 몇 달씩 준비해왔고 내년 초에 공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미국이 여전히 이-팔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의 데이비드 마코브스키 선임 연구원은 "이 문제에 관련해서는 그동안 계속 부침이 있었다"면서 "내가 항상 1달러만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겠지만, 미국은 그런 브로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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