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짙은 안개'로 항공편 무더기 지연…승객들 '분통'(종합)

입력 2017-12-23 16:54  

인천공항 '짙은 안개'로 항공편 무더기 지연…승객들 '분통'(종합)
오후 4시 기준 회항 32편·지연 279편 잇따라…"무한 대기…환불도 안돼"
기상청 "서해안 해무 유입, 영종도 인근 안개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3일 경기 서해안과 내륙 일부 지역에 짙은 안개가 끼면서 인천국제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무더기로 지연·회항해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다만 오후 들어 안개가 걷히면서 지연된 항공기가 순차적으로 출발하고는 있지만, 계류장에 수십 편의 항공기가 몰리면서 승객들은 기내에서 속수무책으로 몇 시간씩 대기해야 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항공기 32편이 김포·청주·김해공항 등으로 회항했다.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지연된 항공편도 속출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던 항공기 189편, 도착 예정 90편 등 총 279편이 지연됐다.
앞서 항공기상청은 오전 6시 2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인천공항에 저시정 경보를 발령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가시거리가 400m 미만일 때 저시정 경보가 내려진다.
새벽부터 짙은 안개가 낀 인천공항은 오전 10시 30분께 가시거리가 50m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정오를 지나면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지연된 비행기가 순차적으로 이륙하면서 오후 예정이던 비행기마저도 제시간에 이·착륙하지 못했다.
공사 관계자는 "저시정 운영 여파로 출발편이 제때 나가지 못한 채 대기하면서 도착 편이 못 들어왔다. 계류장 사이에 항공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계류장 전체에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항공기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출발이 최소 1시간 이상 지연됐고 제대로 된 설명이나 안내 없이 수 시간씩 기내에 머물러야 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인천공항을 출발해 마카오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마카오 NX825 편은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5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내릴 수 있었지만 200여명의 승객이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구와 여행을 떠났던 엄모(28·여)씨는 "오후 12시 30분께 비행기에서 겨우 내려 3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책임자도 오지 않고 어떤 설명도 없다. 환불도 안 되고 무한 대기 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승객은 "기내에 갇혀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면서 "악천후로 인해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이 한 번 밖에 안 나오자 승객들이 곳곳에서 거세게 항의했다"고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부 항공은 수 시간 기다린 승객에게 결항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6시 1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다낭으로 향하던 비엣젯항공 VJ881 편은 오후 4시께 승무원이 결항 사실을 안내했다.
오전 6시께 비행기에 올라 10시간 가까이 기다린 승객 최모(33)씨는 "몇 번이나 물었지만,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사무국장이 결항됐다고 통보했다. 내리지도 못하고, 그냥 잡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까지 환자가 2명 발생했다. 1명은 응급 상황이라 판단했는지 직원들이 데리고 나갔고 나머지 1명은 호흡이 불편해 보인다"면서 "나머지는 무작정 비행기에서 대기하는 중"이라며 항공사의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기상청은 이날 인천공항에 안개가 많이 낀 이유로 서해안에 집중 유입된 해무(海霧)를 꼽았다. 해무는 바다 위에 끼는 안개를 뜻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남부지방에 자리해 남서류(남서쪽에서 오는 공기의 흐름)가 유입됨에 따라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서해안에 해무가 유입되고 있다"며 "가장 안개가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 경기만쪽, 영종도 인근"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와 관련성에 대해서는 "미세먼지가 안개 입자에 쓰이기도 하지만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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