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후 14연패…25일 시카고전서 시즌 첫 승 목표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팬들은 '완벽한 시즌'이라며 가두퍼레이드를 준비 중이고, 구단은 이를 무산시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프로풋볼(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시즌을 1승 15패로 마친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에는 개막전부터 1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남은 2경기마저 패하면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이 14경기에서 현재처럼 16경기로 늘어난 1990년 이후 디트로이트 라이언스(2008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 16전 전패 팀이 된다.
클리블랜드 팬들은 16전 전패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시즌이 종료된 이후인 내년 1월 6일에 클리블랜드의 홈 구장인 퍼스트에너지 스타디움 주변에서 퍼레이드하겠다며 집회 허락을 받아놨다.
명칭도 '완벽한 시즌 퍼레이드 2.0'이다. 일부 팬들이 기획한 이 퍼레이드는 편두통 치료제로 유명한 '엑시드린' 측에서 7천683달러를 후원한 덕분에 예산 1만 달러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클리블랜드의 감독인 휴 잭슨은 "팬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남은 2경기에서 반드시 시즌 첫 승을 수확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클리블랜드는 오는 25일(한국시간) 시카고 베어스(4승 10패), 내년 1월 1일 피츠버그 스틸러스(11승 3패)와 격돌한다.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북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피츠버그의 막강한 전력을 고려하면 클리블랜드가 전패의 위기에서 벗어날 사실상 마지막 기회는 시카고전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과 상황은 무척이나 흡사하다.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12월 25일에 열린 시즌 15차전에서 샌디에이고 차저스(현 로스앤젤레스 차저스)를 20-17로 제압하고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뜻깊은 크리스마스 선물에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마치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데자뷔처럼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지난해와 똑같은 지점에 섰다.
올 시즌 개막 때만 해도 클리블랜드는 희망에 부풀었다. 올해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디펜시브 엔드 마일스 개럿은 한 시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루키 쿼터백 디숀 카이저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다. 하지만 개럿은 발목을 다쳐 시즌 첫 달을 결장했고, 카이저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개의 인터셉션을 허용했다.
그린베이 패커스와 시즌 13차전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린베이의 스타 쿼터백 에런 로저스가 부상으로 빠진 터라 클리블랜드에는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21-14로 앞선 상황에서 맞은 4쿼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연거푸 저지르며 21-27로 패해 연패의 사슬을 끊는 데 실패했다.
돌아보면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도 쿼터백 카슨 웬츠를 뽑지 않은 것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잭슨 감독은 물론 지역 언론, 클리블랜드 시민들까지 한목소리로 웬츠를 원했지만, 구단 수뇌부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에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넘겨주고 대신 2017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웬츠가 이끈 필라델피아는 올 시즌 12승 2패로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해 클리블랜드 팬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클리블랜드는 지나간 일은 잊고 올 시즌 남은 2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 치욕적인 퍼레이드가 일어나는 일을 막겠다는 각오다.
잭슨 감독은 "팀이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제 승리는 코앞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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