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구인난 중국, 호주 비행학교 속속 인수

입력 2017-12-24 09:26  

조종사 구인난 중국, 호주 비행학교 속속 인수
호주 내부서 "수년 내 외국 조종사 수입할 판" 경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중국이 항공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조종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항공사를 위주로 한 중국 기업들이 호주 비행학교를 속속 사들이고 있다.
호주 항공관계자들은 많은 비행학교가 경영난을 이유로 외국 업체로 매각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 추세라면 수년 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조종사를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 주말판에 따르면 주로 중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이미 많은 수의 호주 비행학교에 투자했으며 현재도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동방항공의 자회사는 2015년 멜버른의 한 비행학교 지분 50%를 인수했으며, 경쟁사인 중국남방항공도 서호주의 한 비행학교 지분 50%를 사들였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포트 맥쿼리에 있는 주요 비행학교인 호주국제항공학교(AIAC)는 2014년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뒤 현재는 중국 하이난항공 소유로 넘어갔다.
이들 항공사 이외에도 중국 기업들은 호주 내 크고 작은 비행학교들을 사들이고 있으며, 호주 비행학교 운영자들은 지금도 중국 기업들이 투자 제안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 플라이트 트레이닝'(Melbourne Flight Training) 경영자인 글렌 버클리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지분 일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5차례나 받았지만, 지금까지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있다"라고 신문에 말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11만 명의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조종사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대기 오염과 함께 군의 영공 통제가 심한 데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전문 교관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5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호주 비행학교들은 운영 비용 상승과 함께 새로운 인증제도 도입을 포함한 관료주의적 행정으로 학교 운영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 쪽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난 심화로 최근 수년간 이미 수십 개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대규모 비행학교들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호주 전문가 사이에서도 비행학교의 외국 매각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기 소유자·조종사협회'(AOPA)의 벤 모건 회장은 호주 내 모든 비행학교의 절반 이상이 외국 기업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그 대부분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모건 회장은 또 중국 기업들이 인수하는 추세를 보면 향후 10년 안에 비행훈련 사업이 완전히 외국 소유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민간항공안전청(CASA) 청장 출신인 딕 스미스도 항공안전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규제가 항공산업을 어렵게 하고 조종사 배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며 "5년 후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 출신 조종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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