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두 건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하나는 22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초고강도 '대북한 제재결의안 2397호'이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응징의 성격을 띤다. 대북 유류 공급을 극도로 제한하고, '외화벌이'를 틀어막고자 국외 파견 노동자의 송환 시기를 앞당긴 게 핵심이다. 또 하나는 전날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으로 채택된 '예루살렘 결의안'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예루살렘 지위에 대한 어떤 결정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국제공론을 무시하고 자국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위협적 언행도 불사했지만, 갈수록 고립을 자초한다는 면에서 두 나라는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
이번 대북 제재결의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2006년 1718호부터 따지면 10번째다. '유류 제재'는 지난 9월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길을 텄는데 이번엔 수위를 한층 높였다. 유류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줄인 것이다. 두 번에 걸쳐 기존 450만 배럴의 11% 수준으로 깎였다. 연간 400만 배럴 수준의 원유공급량은 건드리지 않았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추가 도발 시 자동으로 발동하는 '중대조치 대상'에 유류를 명시함으로써 유류 공급 전면 차단이나 원유공급 추가 제한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외화벌이 창구인 국외 파견 노동자의 2년 이내 송환도 명문화했다.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도 식료품·농산품·광물 및 토석류 등으로 확대했다. 정부 당국은 새 대북 제재로 인한 수출 감소와 국외노동의 전면 중단 시 북한의 외화수입은 4억5천만∼7억5천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본다. 엄동설한에 경제사정도 나빠지면서 북한 주민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북한은 이번 결의에 담긴 국제공론이 뭔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하루 앞서 유엔총회는 특별 본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결의안'을 채택했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선언은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압도적 다수인 128개국이 찬성했고, 35개국은 기권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9개국만 반대했다. 찬성국에는 중동국가와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 일본, 인도,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포함됐다. 표결을 앞두고 미국은 노골적으로 압박했지만, 국제공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앞서 안보리 표결에서도 상임·비상임 이사국 14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도 트위터를 통해 "리스트를 만들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유엔총회장 연단에서도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허사였다. 국제사회에 미국의 언행이 이처럼 설득력을 잃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극단적 고립에서 북한이 벗어나는 방법은 '핵보유국'의 꿈을 버리고 '비핵화' 대화에 나서는 것뿐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선대의 유지'인 한반도 비핵화 약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그래야 미국과 대화와 협상의 길이 열린다. 핵무기에 집착함으로써 국제사회를 등 돌리게 하는 것이 과연 이익인지 북한은 따져보기 바란다. 너무 나갔다고 느낄 때가 방향을 전환할 적기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을 상대로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대화로 전환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북·미 간 '치킨게임'이 이대로 간다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예루살렘 결의안 채택'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힘을 앞세워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한 것이 회원국의 '국가 자존심'을 건드려 역효과를 냈다는 사실 말이다. 북한과 미국의 공론 따르기는 작은 데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세계인의 염원에 맞춰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승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대로, 북한은 올림픽 참가와 올림픽 기간 도발 중단을 약속하고, 미국은 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에 동의하면 된다. '김일성 민족 제일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칠 때가 아니다. 보편적인 국제사회의 공론을 따를 때 국가의 품격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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