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상 이기기 어려운 경기서 야수가 '이닝이터' 해주면 팀에 이득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해내겠다는 오타니 쇼헤이(23·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내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최대 흥행 요소 중 하나다.
치열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오타니를 영입한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구단은 그를 선발 투수와 지명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칼럼니스트인 버스터 올니는 25일(한국시간) 칼럼에서 오타니의 빅리그 입성으로 투타 겸업 사례가 확산할지를 예상하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결론을 내렸다.
오타니처럼 선발 투수로 던지고, 쉴 땐 지명 타자로 나서는 선수는 현대 야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정도의 선수라면 아마추어 시절 팀의 4번 타자 겸 에이스 노릇을 한 이들이 수두룩하지만, 빅리그에선 둘 중의 하나만 하는 게 좋다는 게 일종의 통념으로 오래전에 자리잡혔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대타로 등장하거나 야수가 낙승을 앞둔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특별한 경우다.
그러나 오타니의 등장으로 각 팀이 겸업 선수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게 만능 야수의 불펜 투수 겸직이라고 올니는 예로 들었다.
어느 포지션에서건 기본 이상을 해내는 만능 야수를 중용하는 건 한국, 미국, 일본프로야구의 대세가 됐다.
다만 올니의 전망은 만능 야수를 확률상 이기기 어려운 경기에서 불펜 투수로 투입해 '이닝이터'로 키우거나 좌타자 또는 우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 투수로 육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니와 인터뷰한 한 빅리그 평가자는 자유계약선수(FA) 라이언 플래허티, 찰리 컬버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만능 야수가 이런 식으로 중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보는 플래허티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이던 지난해 정규리그 1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2점을 줬다.
대타, 2루수, 유격수 요원인 컬버슨은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적은 없다.
초반 대량 실점으로 좀처럼 경기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각 팀의 감독은 마운드 운용에 골머리를 앓는다.
필승계투조는 엄두도 못 내고 추격조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만능 내야수가 경기 후반 1∼2이닝을 책임진다면 감독들은 불펜 운용에서 숨통이 트인다. 필승조를 아껴 다음 경기에 투입할 수 있어 승리를 거둘 확률도 높아진다.
만능 야수의 불펜 투수 겸업은 임시방편이 아닌 일종의 전략이므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정교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느 팀도 야수의 불펜 투수 겸업을 스타급 선수에게 요구하진 않는다.
어정쩡한 실력 탓에 빅리그 25인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야수 중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 변화구를 잘 던지는 선수 등이 또 다른 겸업 요원으로 활약할 수 도 있다고 ESPN은 예상했다.
아울러 이런 야수의 불펜 겸업 개념이 확산한다면 이는 오타니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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