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오쩌둥 탄생 124주년…고향선 폭죽 추모 관행도 금지

입력 2017-12-25 10:40  

中 마오쩌둥 탄생 124주년…고향선 폭죽 추모 관행도 금지
마오 추종 베이징대 졸업생 체포…소극적 추모 분위기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성탄절 다음날인 26일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이 태어난 날이다. 탄생 124주년을 맞은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의 추모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소 달라졌다.
25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당국은 마오 탄생 124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경축 행사를 치르지 않기로 했고 관영매체들도 그의 공적이나 유산을 기리거나 재평가하는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지난 23일 허베이(河北)성 시바이포(西柏坡)와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등지에서 민간단체에 의한 비공식 기념행사가 개최되고 일부 지방서점에서 새로운 마오 문집이 발간됐을 뿐이다.
절대 다수의 지역에서는 마오를 기리는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현지 당국이 개최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마오의 고향인 후난(湖南)성 사오산(韶山)시 공안국은 환경오염, 안전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며 마오 탄생 기념일에 폭죽을 터뜨리던 관례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과거 개인숭배의 대상이었던 마오 동상에 여전히 일부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마오 숭배 문화는 현재 중국에서도 군인이나 중노년층, 혁명원로 가족, 그리고 개혁개방 과정에서 소외된 극빈계층에게만 남아있다는 게 싱가포르 연합조보의 분석이다.
베이징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문혁 피해자나 마오 시대에 억압된 기억, 또는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더이상 마오를 추모하지 않고 마오와 유사한 인물의 출현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소극적인 추모 분위기는 124주년이 성대한 행사를 치르는 5년, 10년 주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인 권력체제를 확립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초 시 주석은 개혁개방 이래 중국 신세대의 정신세계에서 점차 희석돼오던 마오쩌둥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며 당정 회의와 대중 연설에서 마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심(初心)을 잊지 말고 사명감을 되새겨야 한다"며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마오의 정신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은 2013년 마오 탄생 120주년 기념 좌담회에 참석, 마오를 '중국 인민해방군의 창건자이자 중국 공산당의 창설자, 중국의 건립자로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갖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을 당장(黨章·당헌)에 삽입하고 마오에 버금가는 권력강화에 성공하면서 이제 마오를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오쩌둥의 극좌 노선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렬한 마오쩌둥 추종자로 농민공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주장해온 베이징대 철학과 졸업생 장윈판(24)이 최근 당국에 체포돼 6개월 구금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들 마오 추종자는 중국이 자본주의의 길을 걸으면서 갈수록 악화하는 부패와 빈부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마오쩌둥 시대의 계획경제와 평등주의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장밍(張鳴) 중국 인민대 교수는 "마오쩌둥과 시진핑의 초심은 서로 다르다"며 "자본주의 소멸과 공산주의 이상의 견지를 강조한 마오의 초심과 달리 현재 중국은 자본주의를 이용해 인민의 행복을 도모하고 민족 부흥을 실현하며 서방 자본주의 체제와 평화공존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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