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투표 부결…정규직 전환 작업 늦춰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협상의 한 축인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최근 실시 한 임단협 찬반 투표가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 정규직 노조가 지난 20∼21일 시행한 올해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단체교섭 가합의안 투표는 843명이 참여했고, 이중 과반인 54.3%(458명)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임금인상률 등이 쟁점인 통상의 임단협 투표와는 달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정규직 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임도 묻는 절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는 투표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임단협 투표 결과) 최근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관해 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전원 사퇴하겠다"고 공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사퇴 여부 및 향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협상의 한 축인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정규직 전환 작업이 더욱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공사 측과 비정규직 노조는 현재 약 1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협력사 비정규직을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별도 시험 없이 그대로 고용할 것인가를 두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간 갈등 양상도 보인다.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내세우지만, 정규직 노조는 '공사 직원 채용은 공개경쟁 채용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10일 '공사 직원 채용은 공개경쟁 채용이 원칙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공개경쟁 채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는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일부 비정규직이 주장하는 '전원 고용승계'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강제적으로 선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 12일에는 공사 경영진이 비정규직 노조 요구에 끌려다닌다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직고용 규모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경쟁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며 "이번 투표 결과는 정규직 전환 논의가 점점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에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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