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개월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인기종목인 알파인 스키 코스(슬로프) 관리를 미국 와이오밍주 카우보이인 톰 존스턴(55)이 책임지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했다.
존스턴은 크리스마스 직후 부인과 자신이 키우고 있는 100여 마리의 소 떼들, 그리고 조용한 전원생활과 작별을 고하고 20시간 비행 거리인 한국으로 향한다.
세계 최고의 '눈'(雪)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인 존스턴은 앞으로 2개월간 평창에 머물면서 평창 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이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스키 슬로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 관리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올림픽 기간 매스컴으로부터 주목을 받지는 않지만, 평창 올림픽의 핵심 필수 요원 가운데 한사람이다.
스키경기 장(長)이라는 비공식 타이틀을 가진 존스턴은 앞으로 두 달 동안 평창 알파인 슬로프가 눈 두께와 질(質) 면에서 세계 최고의 스키선수들에 만족을 주도록 밤낮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수하는 등 유지관리를 맡게 된다. 단순히 눈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산을 생활로 가져오는 것이다.
평창 스키 슬로프는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알파인 활강(downhill) 금메달리스트인 베른하르트 루시(스위스)에 의해 설계됐으며 존스턴이 지난 2년간 코스를 다듬어왔다.
여름에는 와이오밍의 목초지에서 소를 키우는 존스턴은 미국 내 유명 스키장인 비버리크는 물론 월드컵이 열리는 모든 스키 슬로프의 관리를 맡은 눈 전문가이다. 솔트레이크시티, 소치에 이어 평창에서 세 번째로 올림픽을 맞는다.
올림픽에 3번 출전한 미국 스키선수 스티븐 나이먼은 "톰은 눈에 관한 한 마술사"라고 격찬했다.
월드컵 순회스키 대회에 출전하는 세계적인 스키선수들은 존스턴이 관리하는 슬로프와 그렇지 않은 슬로프와의 차이점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래비스 가농은 "그는 좋은 눈을 만들기 위한 비법을 갖고 있으며 그에게 변명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조건에서도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내며 그가 이 분야의 최고로 꼽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존스턴은 일단의 지원팀과 눈을 옮기기 위한 대규모 설상차 부대를 사용하지만, 핵심 관건은 분자 수준에서의 눈의 상태와 상시로 변하는 기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빠른 슬로프지만 위험하지 않은 코스를 원하며 이는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감독과 주의를 필요로 한다.
눈의 결정체 구조를 바꾸기 위해 물을 뿌리거나, 밤에 기온이 내려가는지, 하늘이 맑거나 흐릴 것인지, 설상차로 눈을 옮기는 것이 나을지, 대기 중 습도는…. 등등 신경 써야 할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존스턴은 완벽한 양의 습기를 갖춘 차가운 날씨를 선호하며 끈적거리면서도 신축성이 있고 이동이 용이한 눈을 선호한다. 실제로는 세계 기상 당국이 가장 '혐오하는' 강설의 형태이기도 하다.
존스턴은 "나는 자연설을 싫어한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면서 수시로 눈대포로 슬로프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인공눈에 대한 선호를 나타냈다. 그는 또 내구력을 갖춘 코스가 필요하다면서 "코스가 갈라지는 것보다 미끄러운 것이 선수들로부터 덜 비난 받는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경기 개막 전날 코스에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해도 밤사이 강풍이 불면 슬로프 표면 결빙상태가 엉망이 될 수 있다. 존스턴은 따라서 "날씨가 영웅을 만들고 나는 지금까지 날씨 운이 비교적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시로 휴대폰 날씨 앱을 통해 한국의 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의 강원도를 비롯한 세계 주요 스키장의 날씨를 체크하면서 현지 코스 관리 방법을 가늠해본다. 존스턴은 워싱턴주 왈라왈라 소재 휘트먼대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며 어려서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 대학졸업 후에는 스키 지도자로 나섰다. 스키장 코스와 설질(雪質)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코스책임자로 일했다.
존스턴은 앞서 열린 두 차례 평창 활강 코스 테스트 이벤트에도 참여해 코스 상태를 점검,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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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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