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 첫 모델 7달만에 성과…노노갈등·비용 등 숙제

입력 2017-12-26 16:59   수정 2017-12-26 17:41

'비정규직 제로' 첫 모델 7달만에 성과…노노갈등·비용 등 숙제

직접고용 대상 늘어 향후 처우개선 과정서 비용 부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새 정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시금석이었던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 합의가 26일 극적으로 이뤄졌다.
노사 양측이 정규직화 방식과 기준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서 향후 다른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인천공항은 비정규직 제로화의 '1호 모델'로 관심을 끌었다.
이에 공사는 5월 15일 좋은 일자리 창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해 논의에 착수했으며, 8월 31일부터는 노조, 외부 전문가와 꾸린 노사전협의회에서 정규직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사가 직접고용 인원 최소화 및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침을 세우자 비정규직 노조는 이에 반발해 노조와 공사측,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협의회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진통을 겪었던 핵심적 이유는 부실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때문이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대해 직접고용 원칙을 제시했지만, 생명·안전 업무의 판단 기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실제 공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고용 대상을 854명으로 제시했고, 노조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용역을 근거로 4천504명이 직접 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고용 대상에 대한 추정치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노사는 비정규직 근로자 1만 명 가운데 소방대와 보안검색 분야를 담당하는 3천여 명, 30% 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른 재원 조달 문제도 큰 숙제다. 공사 측은 직접 고용하는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용역비용 수준으로 정해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처우개선 요구와 맞물려 얼마든지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용 발생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정치적 계산'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발 움직임은 정규직 노조에서 감지된다. 정규직 노조 내에서는 직접 고용하는 비정규직 대상이 늘어나면 공사가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기존 정규직의 처우 자체까지도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불신임' 되는 일도 있었다. 정규직 노조가 지난 20∼21일 시행한 올해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단체교섭 가합의안 투표에서 과반인 54.3%(458명)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임금인상률 등이 쟁점인 통상의 임단협 투표와는 달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정규직 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임도 묻는 절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는 투표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임단협 투표 결과) 최근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관해 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전원 사퇴하겠다"고 공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노 갈등은 앞으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채용방식을 둘러싸고 불씨도 남은 상태다. 공사와 비정규직 노조는 직접고용의 경우 '제한 경쟁 채용'을, 자회사의 경우 '최소심사 방식'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직접고용 대상자의 경우 직급에 따라 관리직은 경쟁채용으로 하고 현장직은 면접 및 적격심사 방식으로 채용한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그동안 협력사 비정규직을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별도 시험 없이 그대로 고용할 것인가를 두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간 갈등 양상을 보였다.
비록 노사가 정규직 전환에 대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앞으로 세부 진행과정에서 얼마든지 노사·노노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어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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