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물 윤리 논란…"본질적으로 잔인" vs "제약기술·생물학 발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룽룽(Longlong)'은 검은색과 갈색, 흰색이 뒤덮인 털을 가진, 겉보기에는 여느 비글종 개와 다름없다.
차이가 있다면 룽룽은 태어날 때부터 혈액응고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룽룽은 유전자가 조작된 개를 다시 복제한 개다. 아테좀성 동맥경화증에 걸리기 쉽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애플'이란 개를 다시 복제한 개가 룽룽이다.
아테좀성 동맥경화증은 뇌졸증과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국 베이징에 기반을 둔 생명공학기업 '사이노진'(Sinogene)은 이러한 병의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룽룽을 탄생시켰다.
미 CNN 방송은 26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개에서 복제된 개 룽룽의 탄생으로 중국이 개복제 분야 기술에 있어 한국을 따라잡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국 과학진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스너피'라는 이름의 아프간 하운드 종의 개를 복제했다.
사이노진은 유전자가 조작된 개에서 '시시'와 '누오누오' 등 두 마리의 개를 더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즉 애플과 룽룽, 시시, 누오누오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들이다.
사이노진이 이처럼 혈관에 문제가 있는 개들을 복제하는 이유는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개는 인간들처럼 유전되는 질병을 갖고 있어 이러한 질병을 연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동물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아테좀성 동맥경화증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데, 미국에서만 1천580만명이 이러한 병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1천770만명이 심혈관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다.
아직 이들 복제견에 관련 장애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연구진들은 면밀히 그들의 건강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질병 치료에 대한 해법을 얻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의 이러한 동물 복제에 대해 다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은 성명을 통해 사이노진의 이러한 연구가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제는 본질적으로 잔인한 일'이라는 것이 PETA의 입장이다.
중국은 쥐를 비롯해 한해 2천만마리의 동물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연구용 동물에 대한 규정이나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 보니 실제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연구용 동물에 대한 규제 지침 등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입법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PETA는 "동물을 복제하는 데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돈이면 보금자리가 없어 안락사되는 수백만마리의 고양이와 개, 다른 동물들을 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이노진은 이러한 동물 복제가 제약 기술의 발전이나 생물의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 과정에서 이들 동물이 안전하게 다뤄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사라 챈 생명공학분야 선인연구원은 "관련 연구가 소수의 동물에 의해 진행될 때는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규모가 커지면 과학 발전과 동물 복지 사이의 균형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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