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주범 '육불화황' 한국 표준으로 더 정밀 측정한다

입력 2017-12-27 12:00  

온난화 주범 '육불화황' 한국 표준으로 더 정밀 측정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세계 최고 수준 SF6 표준가스 개발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육불화황(SF6) 표준가스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표준연)은 임정식 가스분석표준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육불화황 표준가스를 대기 중 농도와 가장 유사한 수준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내놨다고 27일 밝혔다.
표준가스는 가스 분석방법 정확성을 판단하거나 측정기기 교정에 사용하는 표준물질이다.
육불화황은 세계적으로 배출량을 규제하는 인공적인 온실가스 중에서도 큰 파급력을 갖는다.
대기 중 육불화황은 이산화탄소 4천만분의 1 수준으로 소량만 존재한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과 전력 설비 등 절연 가스로 육불화황이 널리 사용되면서 최근 20년 새 대기 중 농도가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한번 배출되면 3천 년 이상 있어서 한동안 축적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닌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필수적인 조건은 정확한 기준을 통해 규제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육불화황의 경우 다른 온실가스보다 워낙 극미량으로 존재해 측정이 매우 어렵다. 가스 측정 기준이 되는 표준가스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임정식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중량 법을 기반으로 육불화황,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각각 합성해 실제 대기상태를 구현한 표준가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분자분광학, 크로마토그래피, 실린더 자동 중량법 등 표준연 가스 측정 기술을 총동원해 극미량의 가스 분석을 이끌었다.
표준연 육불화황 표준가스 불확도(측정값 불확실성 정도)는 0.008 ppt(1조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기상기구(WMO) 요구치인 0.02 ppt보다 정확도가 250% 이상 높다는 뜻이다.
이는 그간 WMO에 보고된 육불화황 관측치가 실제보다 낮게 작성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표준연은 설명했다.
거래 대상인 온실가스 측정치가 달라진다면 2020년 수천 조 규모로 확대 예정인 탄소배출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가스는 전 세계 50개 이상 관측소를 운영 중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보급된다.
관측 데이터는 WMO에서 온실가스 정책수립 기준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임정식 선임연구원은 "온실가스 관측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극미량 가스의 표준을 발판 삼아 지구 대기환경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회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에 지난 10월 실렸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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