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10년간 598명 환자 관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위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균을 제거하면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나영·황영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를 제균(균을 제거하는 치료) 하면 위암 이전 단계인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이 호전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위암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6년 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복부 불쾌감·메스꺼움·구토 등 소화기계 증상을 보이거나 위암 정기 검진을 받은 환자 598명을 대상으로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의 변화를 최대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조사 대상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음성 그룹 65명,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양성에서 제균 된 그룹 442명, 제균 되지 않은 그룹 91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위 전정부(위의 아랫부분)와 체부(위의 윗부분)의 조직 검사를 시행한 결과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 증상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로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논문을 보면 헬리코박터 제균 그룹은 제균 하지 않은 그룹보다 위축성위염이 체부에서 68.6%, 전정부에서 50%가 각각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상피화생 역시 체부에서 44.4%, 전정부에서 33.9%가 완전히 없어졌다.
이는 제균 치료를 하면 위축성위염뿐만 아니라 장상피화생도 호전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위축성위염은 위의 표면에 있는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얇아진 상태로 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형태다. 대개 만성적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런 위축성위염이 오랜 기간 지속하면 위 점막이 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정상인보다 위암 발생률이 무려 10.9배 정도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에 서식하면서 위궤양·십이지장궤양·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면 위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 만큼 정기 검진을 받고,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등을 통해 조기에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 약리학과 치료'(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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