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앞장서 비판해온 터키와 갈등을 빚어온 미얀마가 '보복성' 논란 속에 체포했던 터키 국영방송 기자들을 2개월 만에 풀어주기로 했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지난 10월 말 체포한 터키 국영방송 TRT 소속의 싱가포르 국적 라우 훈 멍 기자, 말레이시아 국적의 목 초이 린 기자와 현지인 통역과 운전기사 등 4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이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 드론을 이용해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의회 건물을 촬영하려다 체포됐다.
미얀마에는 드론 이용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영국 식민통치 시절에 제정한 항공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더욱이 미얀마 경찰은 이들에 대해 항공기법 이외에 이민법과 무역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추가 기소하려 하면서,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앞장 서 비판해온 터키에 대한 보복성 조처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날 법원에서 추가 기소 포기 의사를 밝힌 경찰 관리 툰 툰 윈은 "기자들이 드론을 날리는 행위로 안보를 위협하지 않은 만큼 추가 기소를 포기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국가 간 관계를 고려해 내려졌다"고 말했다.
기자들을 변호하는 친 마웅 조 변호사는 28일로 예정된 재판에서 검사가 추가 기소 포기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터키는 미얀마군의 이슬람계 로힝야족 탄압을 앞장서 비판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9월초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의 죽음은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규탄했다.
그는 또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미얀마군의 무차별 군사작전이 "인종청소"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가 시리아와 유사한 인도적 위기와 난민사태에 직면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지난 8월 25일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서부 라카인주 국경 인근의 경찰 초소를 습격했다.
이후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대규모 작전을 감행하면서 65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으로 도피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사태 발생 한달동안 학살된 로힝야족이 6천7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토벌작전을 빌미로 살인·방화·성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비판하고 미얀마군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이 조작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조사도 거부했으며, 인종청소 논란을 보도하는 외신에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경찰은 터키 국영방송 소속 기자들을 체포한데 이어 최근에는 로힝야족 사태를 보도해온 로이터 통신 소속 현지인 기자 2명을 체포해 논란을 빚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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